그런 날도 있다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포레스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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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에서 2007년에 출간되었고 한국에선 2020년에 출간되었다. 그것도 모르고 마스다 미리의 최근작인 줄 알고 읽다가, 중간에 작가가 서른여섯 살이라고 해서 그제서야 14년 전에 출간된 책인 걸 알았다. 서른여섯 살이면 지금의 내 나이와 같은데, 내 나이 때 저자는 어떻게 살았을까. 


오사카 출신인 저자는 단기 대학 졸업 후 회사에 다니다가 스물여섯 살이 되던 해에 도쿄로 갔다. 아는 사람도 없고 장래에 대한 기약도 없이 오로지 '도쿄에서 일러스트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만 안고 상경했다. 처음 몇 달 동안은 회사에 다니면서 모은 돈과 퇴직금을 까먹으며 생활했다. 그러다 슬슬 돈이 떨어지자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직접 출판사를 찾아다니며 일거리를 찾았다. 2006년에 시작된 '수짱 시리즈'가 인기를 끌면서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올랐으니 이 책은 이제 막 인기를 얻기 시작했을 때 발표된 책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저자가 '아직' 그렇게 유명하지 않고 잘 팔리지도 않아서, 앞으로 계속 일러스트 작가로 먹고 살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이 시절의 저자한테 가서, 2021년에도 계속 활동하고 있고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엄청나게 잘 팔리는 작가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다(정말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저자가 아니라 나한테 가서 팬데믹 전에 해외여행 많이 다녀두라고 말하고 싶다...). 


잘 먹고 잘 노는 모습도 많이 나와서, 예전처럼 외식하고 외출하기 힘든 시기에 대리만족하는 기분도 들었다. 은퇴 후 적은 연금으로 생활하는 부모님을 보면서 자신은 비싼 음식 먹고 비싼 화장품 사고 싶어한다고 자책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거 정말 요즘의 내 모습이다. 자기가 벌어서 자기 돈 쓰면서도 죄책감 느끼는 K장녀와 J장녀,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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