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까지 가자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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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터너라는 소문대로 이 소설을 다 읽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다음 장을 넘기면 이더리움 가격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모르고, 그로 인해 등장인물들의 기분이나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하니 도중에 멈추기가 힘들었다. 어쩌면 이건 가상 화폐를 비롯한 모든 투자의 속성인지도 모른다. 어제는 떨어졌어도 오늘은 오를지 모른다는 기대감, 오늘은 올랐어도 내일은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사람의 정신을 붙들어 매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지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말로만 들었던 인생역전이 내 인생에도 벌어질 수 있다고, 이건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내 발에만 꼭 맞는 유리구두를 찾는 것도 아니니 더 양심적이고 합리적이지 않느냐고 믿게 하는 것이다. 


책에는 가상화폐가 등장하지만, 현대인들이 중독되어 있는 대상은 이것만이 아니다. 주식, 부동산, 스마트폰, SNS, 마라탕, 커피, 각종 달다구리들까지 - 없으면 못 사는 것, 있어도 또 가지고 싶은 것 모두가 우리의 중독 대상이다. 그렇다면 매도하기로 약속한 고점을 넘기고도 이더리움을 팔지 못하는 은상 언니나, 하루에 커피를 세 잔 이상 마시고도 카페인 부족을 느끼는 나나 별로 다르지 않은 중독자들인 걸까. 대체 무엇이 별 볼일 없는 우리를 별난 중독자들로 만드는 걸까. 만족을 모르는 인간의 욕망? 살아있는 한 벗어날 수 없는 사회 시스템? 용하다는 점쟁이도 모르는 각자의 운명? 머리를 썼더니 커피가 고프다. 달게 읽었지만 뒷맛은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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