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봉과 분홍 제복 - 세일러 문부터 헬렌 켈러까지, 여주인공의 왜곡된 성역할
사이토 미나코 지음, 권서경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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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 아이돌론>, <취미는 독서> 등을 쓴 일본의 문예평론가 사이토 미나코의 책. 아이들이 즐겨보는 애니메이션과 위인전이 각각 어떤 식으로 남성과 여성을 그리고 있으며 이것이 아이들의 성 고정관념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분석,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세상의 절반은 여자, 나머지 절반은 남자이지만, 현실에는 '다수의 남성과 소수의 여성'으로 이루어진 조직이나 단체가 훨씬 많다. 기업, 정당, 의회, 학회는 물론이고 뉴스,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도 구성원의 대다수가 남성이고 여자는 홍일점으로 끼어 있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런 식의 사회구조가 양산되고 고정된 이유 중 하나로 아이들이 즐겨보는 애니메이션과 위인전을 든다. 


남자아이들이 즐겨보는 전대물이나 스포츠물 애니메이션을 보면 남자가 압도적 다수이고 여자는 홍일점으로 한두 명 끼어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런 매체를 보고 자란 남자아이들이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또 어떤 세상을 만들어갈지는 짐작 가능하다. 여자아이들이 즐겨보는 애니메이션의 경우 여자가 압도적 다수이기는 하지만, 이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연애나 결혼 같은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매체를 보고 자란 여자아이들이 어떤 장래 희망을 가지게 될지도 뻔하다. 


물론 무엇을 봤다고 해서 그대로 영향을 받는 건 아니다. 실제로 다수의 여성들이 어릴 때는 여아용 애니메이션을 봐도 성인이 되면 여아용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는다(여아용 애니메이션을 '졸업'한 여자들은 소년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인물들을 차용한 BL에 열광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다수의 남성들은 어릴 때 본 것과 거의 다르지 않은 장르와 내용의 애니메이션을 본다. 저자는 이에 대해 '여자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이야기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증거'라고 분석한다. 


<짱구는 못 말려>, <도라에몽> 등 아동용 애니메이션에 성희롱 장면이 빈번히 등장하는 문제는 어떤가. 미취학 아동인 짱구가 여자 선생님을 성적으로 희롱하는 장면이나 진구가 욕실에서 목욕하는 이슬이를 훔쳐보는 장면 등을 보면서, 어떤 아이들은 '그렇게 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현실 사회에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성범죄가 많은 원인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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