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모두 어린이였거나 어린이인데 너무나 쉽게 그 사실을 잊어버리거나 잊고 싶어 한다. 어린이책 편집자였고 현재는 어린이 독서교실을 운영 중인 김소영 선생님의 책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어린이란 내게 아주 먼 존재라고 생각했다. 자식도 없고, 알고 지내는 어린이도 없으니 어린이와는 무관한 삶을 살고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초등학교가 두 곳이나 있고, 내가 사는 동에도 여러 명의 어린이들이 살고 있었다. 심지어 어제는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같은 동에 사는 (것으로 짐작되는) 여자 어린이가 나에게 공손히 인사까지 해주었다(답례로 반갑게 웃으며 "안녕히 가세요."라고 말했다). 가까운 곳에 어린이가 이렇게 많은데도 나 자신이 어린이와 '무관하다'고 생각한 건 왜일까. 어린이를 제대로 보지 않았거나, 보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에 '남의 집 애'라는 말이 나오는데, 나는 이 말이 참 좋았다. 어느 날 저자가 한 어린이를 칭찬하자 그 어린이의 어머니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은 남의 집 애라 예쁜 것만 보이는 거예요. 앞으로도 선생님은 그렇게 예쁘게만 봐주세요." 그 말을 듣고 저자는 생각했다. 어린이가 '남의 집 애'라면 나는 '남의 집 엄마', '남의 집 아빠'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니 나는 부모님의 '애'이지만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남의 집 애'로도 살았다. 나를 일차적으로 키우고 돌본 건 부모님이지만, 친척들과 이웃들, 선생님들, 그 밖의 얼굴도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수많은 어른들로부터 돌봄 받고 보호받았다. 


그렇다면 이제는 내가 어린이들의 '남의 집 엄마', '남의 집 할머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부모만큼 전력을 다해 양육하지는 못해도,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누거나 대신 버튼을 눌러주거나 무거운 자전거를 내려주는 정도는 할 수 있다. 노키즈존, 민식이법에 관해 적극적으로 발언할 수 있다. '~린이', '잼민이' 같은 어린이 비하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혈연은 아니지만 한 동네에 같이 사는 사람이니까, 한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이니까, 이 정도는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어린이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어른은 되지 못해도, 어린이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어른은 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