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 삶에 깊은 영감을 주는 창조자들과의 대화
윤혜정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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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스 바자>, <보그> 등에서 피처 디렉터로 활동한 윤혜정의 인터뷰집이다. 게르하르트 슈타이들, 다니구치 지로, 틸다 스윈턴, 프랭크 게리, 아니 에르노, 류이치 사카모토 등 기존의 국내 인터뷰집에서 보기 힘들었던 인터뷰이들의 이름이 보여서 구입했다. 출판, 미술, 만화, 디자인, 연기, 영상, 건축, 사진, 영화, 문학,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 장르를 아우르는 구성이 돋보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는 게르하르트 슈타이들이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어떤 인물인지는 몰랐는데, 십 대 시절에 인쇄업을 시작해 디지털 인쇄가 주류인 지금도 수작업을 고집한다고 해서 놀랐다. 원래는 사진가를 지망했는데, 뛰어난 사진 작품이 인쇄기를 거쳤을 때 화질이 형편없이 떨어지는 걸 보고 인쇄업으로 진로를 바꿨다고. 그 결과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사진 인쇄 기술을 보유하게 되었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쇄업자가 된 지금도 금주, 금연할 뿐만 아니라 거의 채식에 가까운 식생활을 고집하며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로 인상적이었던 인터뷰이는 다니구치 지로다. <고독한 미식가>, <도련님의 시대> 등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를 여러 편 봤지만, 정작 그의 인터뷰를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졸업 후 회사에 취업했지만 이대로 사는 건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만화가의 어시스턴트가 되었고, 이후 <도련님의 시대>를 작업하며 현재의 작품 세계를 완성했다. 일본보다는 프랑스 등 유럽에서 더 많은 인정을 받았는데, 작가 자신은 일본에서 인정받고 싶고 영화 등 다른 장르와의 협업에도 욕심이 있다. 2017년 타계한 그는 과연 자신의 삶에 만족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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