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현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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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64>를 쓴 요코야마 히데오의 최신작이다. 작품 소개글을 보고 정통 미스터리 소설이 아닌 것 같아서 읽을까 말까 고민했는데 결국 궁금증을 못 이기고 읽었고,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다른 책들도 읽어볼 예정이다.) 건축의 세계를 그린다는 점에서 마쓰이에 마사시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마쓰이에 마사시의 최신작을 아직 못 읽었다. 읽어봐야지.) 


건축사 아오세 미노루는 대학 동기가 운영하는 건축사무소의 직원이다. 아오세가 설계한 Y주택이 유명 건축 잡지에 소개되면서 설계 의뢰가 줄을 잇게 되었지만, 정작 아오세는 스스로를 버블 붕괴 시기의 낙오자, 가정을 못 지킨 이혼남, 하나뿐인 딸의 얼굴도 자주 못 보는 한심한 아버지라고 여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오세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문을 듣는다. 아오세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인 Y주택의 건축주가 현재 그 집에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집을 완성했고 대금도 받았으니 아오세가 Y주택에 관해 더 이상 할 일은 없다. 하지만 평생의 역작인 Y주택에 아무도 살고 있지 않다는 말을 들으니 아오세는 모든 게 자신의 탓인 것만 같다. 고민 끝에 찾아간 Y주택에는 소문대로 아무도 없었다. 북향으로 낸 창 앞에 잘 만든 의자 하나가 있을 뿐이다. 아오세는 의자를 힌트로 건축주의 행방을 추적하는데, 이 과정에서 아오세 자신의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 그리고 현재의 사건들이 연결되며 인생이 재구성되는 경험을 한다. 


예상한 대로 <64>와는 많이 달랐지만 비슷한 점도 없지 않다. 정통 미스터리 소설은 아니지만 미스터리 소설의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사회파 미스터리의 색채도 간직하고 있다. <64>가 경찰 내부의 갈등 및 언론 유착 문제를 다뤘다면, 이 소설은 건축계 내의 경쟁과 갈등 및 관민 유착,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등을 다룬다. 소설에 계속해서 언급되는 독일 출신 건축가 브루노 타우트는 실존 인물이다. 그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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