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린 가이드
김정연 지음 / 코난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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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엔 역시 만화다. 일요일이자 2월의 마지막 날이었던 어제는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내리 만화만 읽었다. 그중 하나가 2017년 <혼자를 기르는 법>으로 데뷔한 김정연 작가의 신작 <이세린 가이드>이다. 제목만 봤을 때는 음식 만화 - 정확히는 <미쉐린 가이드>의 패러디 - 인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음식이 아니라 음식 모형 제작자의 일상을 그린 만화다. 


인공 이세린은 식당이나 푸드코트 등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사람들이 음식을 고를 때 참고할 수 있는 음식 모형을 만드는 일을 한다. 원래는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되는 공룡이나 동물 모형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음식 모형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되었고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남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독보적인 기술을 지닌 음식 모형 제작자로서 산다는 것과 프리랜서 자영업자로 산다는 것, 그리고 한국에서 여성이 비혼으로 산다는 것에 관한 것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며, 이 모든 이야기를 연결하는 소재는 당연히 음식이다. 


책에는 캘리포니아 롤, 와플, 번데기, 비빔밥, 배추김치, 곶감, 굴비, 떡국, 미역국 등의 음식이 등장하며, 각각의 음식들은 이세린의 과거와 현재, 추억과 열정, 슬픔과 기쁨, 삶과 일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대목은, 피는 물보다 진해서 아무리 무심한 딸이라도 가족 일에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밥상 앞에 앉으면 피보다 진하게 우러난 전골 국물에 정신이 팔린다는 것. 사랑받지 못한 슬픔도, 더 사랑받고 싶은 욕심도, 눈앞에 있는 음식을 맛있게 먹어야겠다는 당장의 목적에 비하면 거추장스러운 감정일 뿐임을 보여주는 장면 같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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