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의 탄생 - 냉장고의 역사를 통해 살펴보는
헬렌 피빗 지음, 서종기 옮김 / 푸른숲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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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는 언제부터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가전제품으로 자리 잡았을까? 영국 런던 과학박물관 큐레이터 헬렌 피빗이 쓴 <필요의 탄생>은 냉장고의 탄생과 발전, 그로 인한 사회 문화적 변화를 짚는 미시적인 차원의 역사서다. 


우리가 아는 냉장고가 탄생한 건 20세기 초의 일이다. 지금의 냉장고에 사용되는 냉각 기술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기술이 처음 개발된 건 19세기이지만, 당시의 냉각 기술은 얼음이나 고기, 생선 등을 보관하거나 운반하는 상업용 냉장고에 주로 쓰였다. 가정용 냉장고는 1960년대에 들어서야 점차 널리 보급되었고, 그마저도 미국에서 주로 인기를 끌었고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인기가 덜했다. 당시 각 가정에서 사용하던 아이스박스가 여전히 잘 작동했기 때문이다. 


가정용 냉장고 제조사들은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했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었는데(초기 냉장고는 수작업으로 제작했으며 가격은 자동차의 두 배에 달했다), 제너럴모터스(GM) 사가 냉장고 생산 방식을 공장화하면서 가격을 대폭 낮췄다. 냉장고를 값비싼 사치품, 장식품으로 홍보하는가 하면, 냉장고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음식이 쉽게 상하고 오염되어 가족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식으로 죄책감을 불어넣기도 했다. 


영국은 1960년까지 냉장고 보급률이 17퍼센트에 그쳤으나 1965년에 56퍼센트로 껑충 뛰었다. 그 이유로 저자는 기혼 여성의 취업률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을 든다. 냉장고는 그동안 여성들이 집안일로 겪어야 했던 노고를 크게 줄여주었다. 냉장고 덕분에 매일같이 식료품을 사러 나가지 않고, 앞 세대보다 좀 더 자유로운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냉장고를 '여성의 전유물'로 여기는 인식도 희미하다. 그러나 여전히 기혼 여성 연예인 또는 기혼 여성들에게 인기 많은 남성 연예인이 냉장고 광고를 찍는 걸 보면, 가정에서 냉장고를 주로 사용하고 관리하는 역할은 여성이 담당한다는 인식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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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8 12: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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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8 13: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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