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리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박설영 옮김 / 프시케의숲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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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아 버틀러의 <킨>을 읽고 <블러드 차일드>를 읽으려고 했는데, 이 책이 먼저 눈에 띄어 읽게 되었다. 한 여자아이가 영문을 모른 채 낯선 세계에 불시착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라서 <킨>과 비슷할 줄 알았는데, 웬걸 여자아이의 정체는 (<킨>의 다나처럼) 평범한 인간 여성이 아니라 사실은 53세인데 10세 정도의 외모를 지닌 이나(뱀파이어)였고, 성별을 불문하고 이 사람 저 사람과 성관계를 맺고 그들과 일종의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복잡한 존재였다. 


책을 다 읽고 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싶어서 다른 분들이 쓴 리뷰를 살펴봤는데, '뱀파이어 물로 폴리아모리 이슈를 다루는' 작품이라는 글을 읽고 그제서야 조금 이해가 되었다. 동시에 두 사람 이상을 사랑하는 다자간 사랑을 일컫는 폴리아모리는, 한 번에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벅찬 나에게는 아직 어려운 개념이다. 생각해 보면 <킨>에서 다나는 현실에선 남편 케빈을 사랑하고, 타임 슬립한 과거에서는 백인 농장주의 아들 루퍼스와 연인 비슷한 관계를 이루었다. 이처럼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여러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어떤 장애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사랑이라면, 오직 한 번에 두 사람끼리만 사랑할 수 있다는 상식 역시 사랑으로 넘어서야 할 편견이 아닐까. 이런 식으로 낯선 개념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알아나가는 일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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