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드러머 걸 판타스틱 픽션 골드 Gold 4
존 르 카레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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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영국 작가 존 르 카레가 타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라고 하기는 뭣하지만, 오래전 읽다가 포기한 존 르 카레의 소설 <리틀 드러머 걸>이 아직 책장에 있다는 게 생각나서 주말 내내 읽었다. (읽다 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박찬욱 감독이 만든 6부작 드라마도 보고, 플로렌스 퓨와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의 다른 작품도 찾아봐야겠다는 새로운 계획이 생겼다...) 


내용은 존 르 카레의 소설이 대체로 그렇듯이 동서 냉전기에 활동한 스파이들의 세계를 그린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주인공이 영국 정보국 소속이 아니라(존 르 카레는 한때 영국 정보국 소속 스파이였다) 우연한 계기로 이스라엘 정보국을 위해 일하게 된 영국의 연극배우라는 것. 런던의 무명 극단에서 연극을 하는 찰리는 단원들과 함께 그리스로 여행을 갔다가 중동인 남자 요제프를 만난다. 요제프와 사랑에 빠진 찰리는 단원들과 헤어지고 요제프와 단둘이 떠나는데, 알고 보니 요제프는 이스라엘 정보국 요원으로, 처음부터 '어떤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찰리에게 접근한 것이었다. 


때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분쟁이 한창이던 시절. 이스라엘 정보국은 계속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테러를 막기 위해 일부러 유대인이 아닌 영국인 찰리를 스파이로 포섭해 팔레스타인 내부의 정보를 캐려고 한 것이었다. 정치적으로 좌파 성향이었던 찰리는, 의외로 너무 쉽게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접고 이스라엘을 위해 일한다. 요제프에 대한 사랑과 배우로서의 본능 때문에 그런 것도 있겠지만, 정치적 신념이라든가 이념적 성향이라는 게 원래 그렇게 얄팍한 허울 아닐까. 상황이 달라지고 입장이 변하면 언제든 접었다 펼쳤다 할 수 있는. 


이제까지 읽은 존 르 카레의 소설 중에서는 연애 소설의 면모가 가장 강했다. 연애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좋겠지만,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같은 정통 스파이 소설을 원한 독자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원작 소설과 드라마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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