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니스 - 거대 기업에 지배당하는 세계
팀 우 지음, 조은경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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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팬데믹으로 인해 신음하고 있지만, 고통의 정도는 작고 약한 존재들에게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거래가 늘면서 인터넷 쇼핑, 카드사 등 일부 대기업들은 '팬데믹 호황'을 누리는 반면, 오프라인 거래 중심인 영세 소상공인들은 매출이 급감해 폐업 위기에 몰린 것만 봐도 그렇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팀 우의 책 <빅니스>는 이러한 격차가 생긴 원인과 결과를 분석한다. 


지난 30년 동안 독점과 과점은 전보다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 농업, 금융업, 제약업 등 분야를 막론하고 그렇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거대 기술 플랫폼 기업이 전 세계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고, 아마존, 넷플릭스 같은 기업들이 그 뒤를 이으며 일부 글로벌 기업에 의한 전 세계적인 독점, 과점 현상을 심화하는 추세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이 경제와 정치 모두에 큰 해악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분석한다. 


독과점이 일반적인 시장의 형태로 자리 잡으면 소비자 가격이 인상되고 경쟁이 사라져서 기술 혁신이 늦춰진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은 전 세계에서 1,2위를 다투는 기술 강국이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통상산업성을 중심으로 중앙집권적 기술 계획을 실시하고 일본전신전화회사(NTT)를 독점 기업으로 키우면서, 그전까지 잘 나갔던 소니, 도시바, 타이토, 닌텐도 같은 기업들이 맥을 못 추게 되었다. 그 결과 기술 혁신이 늦춰지고 경쟁에서 밀리면서 이후 이동전화, 인터넷 등의 업계에서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너무도 적은 소수에게 너무도 큰 권력이 집중되는 것은 그 자체로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위협한다. 집단해고당한 청소노동자의 1표와 대기업 회장의 1표는 과연 동일한 가치를 가지는가. 민주국가가 보장하는 노동권과 인권은 왜 대기업의 자장 안에만 들어가면 사라지는가. 부의 편중이 심해지면서 중산층이 무너지는 현상 또한 간과해선 안 된다. 계층 이동의 가능성이 사라진 데 대한 실망한 민중의 불만과 분노는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외국인 등 약자에게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거대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는 산업 형태가 지속되면 포퓰리즘, 민족주의, 파시즘, 군국주의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예측한다. 실제로 신자유주의 정책과 글로벌화, 디지털화에 힘입은 거대 기업의 출현과 세계 각지에서 우익 정부, 정당이 출현하고 있는 상황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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