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병기그녀 애장판 1
타카하시 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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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많이 들어봤지만 읽어본 적은 없는 작품 중 하나였던 <최종병기 그녀>를 읽었다. 그것도 크리스마스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1도 없는 암울한 내용의 작품이지만, 어쩌면 다른 날이 아니라 연휴에 이 작품을 읽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한 번 읽으면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든 묵직한 세계관의 작품이기에 그렇다. 


이야기의 배경은 홋카이도에서 가장 큰 도시인 삿포로에서도 한참 떨어져 있는 시골 마을. 고등학생인 '슈지'에게는 사귄 지 5일 밖에 안 된 여자친구 '치세'가 있다. 학업 성적도 우수하고 육상부 출신이라서 체력도 좋은 슈지와 달리, 치세는 공부도 잘 못하고 움직임도 굼뜨다. 말버릇이 험한 슈지는 치세가 엉뚱한 행동을 할 때마다 '바보', '멍청이' 같은 말을 하면서 놀리는데, 그 때마다 치세는 반박하기는커녕 "미안해."라고 사과하며 슈지를 더욱 곤란하게 만든다. 


서툴지만 귀엽게 사랑을 키워나가던 두 사람. 어느 날 슈지는 친구들과 함께 삿포로 시내로 쇼핑을 하러 가고, 쇼핑 도중 의문의 전투기들로부터 공격을 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때 등장한 것은 다름 아닌 치세. 평소와 달리 쇠로 된 날개와 무기를 장착한 상태로 하늘을 날며 적을 공격하는 치세의 모습을 보고 슈지는 크게 놀란다. 알고 보니 치세의 정체는 일본 정부의 '최종병기'. 자위대와 함께 알 수 없는 외국군의 침공을 막는 임무를 맡았다는 말에 슈지는 어안이 벙벙하다. 


엄청난 설정의 작품이지만, 놀랍게도 누구와 누구가 싸우는 전쟁인지, 치세는 어쩌다 최종병기가 되었는지 등에 관해 (적어도 애장판 1,2권에서는) 정확한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 다만 몇 개의 단서로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에 반해 중학교 때 동경하던 선배의 여자친구를 짝사랑했다가 실연한 상처를 안고 있는 주인공이, 고등학생이 되어 처음 사귀게 된 여자친구가 알고 보니 최종병기라는 사실을 알고 번민하는 심정에 관해서는 자세하게 묘사된다. (연재 당시 이 작품을 보다가 너무 괴로워서 그만둔 사람도 많다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2000년에 연재를 시작해 2001년에 연재가 종료된 작품이라서 그런지 그 시기에 유행한 작품들의 느낌이 많이 난다. 대표적으로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있겠고, 작가 후기에 언급된 90년대 로맨스 만화들의 느낌도 여러 곳에서 느껴진다. 그 시절 일본 만화(뿐만 아니라 소설, 영화, 드라마 등등)를 주로 보며 자란 독자라서 그런지 이 만화의 감성이나 세계관이 낯설지 않고 익숙하게 느껴졌다. 연말의 멜랑콜리한 기분을 증폭시켜준 작품이랄까. 다음 권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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