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끄러운 세계와 그 적들
한나 렌 지음, 이영미 옮김 / 엘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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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나라에 천재가 산다. 다시 읽고 싶고 더 읽고 싶다." (정세랑) 추천사를 읽고 책을 사는 경우가 없지 않지만, 이 책은 정세랑 작가님이 쓰신 추천사를 읽고 책을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보기엔 정세랑 작가님도 천재 같은데, 천재가 알아보고 인정한 천재라니. 대체 어떻길래? 정말일까? 설마 아니겠어? 등등의 복잡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이 소설집... 아아, 정말 좋았다. "옆 나라에 천재가 산다."라는 말은 사실이었다...! 


작가 한나 렌은 교토대학 문학부를 졸업했다. 교토대학 SF 연구회에서 활동했고, 2010년 대학 재학 중에 <먼 저주>로 제17회 일본호러소설대상 단편소설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소설집 <소녀금구>를 출간하며 데뷔했다. 이 책은 그 후 9년 만에 발표한 첫 SF 소설집이다. 작가는 이 책의 5쇄까지의 인세를 '교토 애니메이션'에 기부했다. 책날개에 따르면 "자신의 상상력의 토대가 되어준 그곳이 2019년 7월, 방화라는 불행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작품 곳곳에서 쿄애니의 감성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표제작 <매끄러운 세계와 그 적들>은 여러 개의 게임을 동시에 플레이하듯이 수많은 현실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세계를 그린다. 하나의 현실에서 일이 잘 안 풀리면 '매끄럽게' 다른 현실로 넘어가면 그만인 세계. 그런 세계에서 나 혼자만 그런 능력을 부릴 수 없게 된다면 어떨까.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이어지는 <제로연대의 임계점>, <미아하에게 건네는 권총>, <홀리 아이언 메이든>, <싱귤래리티 소비에트>, <빛보다 빠르게, 느리게> 등도 SF적 상상력에 기반해 인간의 본성과 관계의 가능성을 묻는 좋은 작품들이다. 정세랑 작가의 말대로 "다시 읽고 싶고 더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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