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유니콘
오드리 로드 지음, 송섬별 옮김 / 움직씨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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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거둘수록 더 많은 여성들과 연대할 수 있음을 깨닫는 요즘이다. 이 책 <블랙 유니콘>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나의 자리는 여성들 사이에 있음을. 여성이야말로 나의 정체성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며, 나와 같은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더 많이 연대하고 협력할수록 나의 가치와 역할도 더 높아지고 넓어질 수 있음을. 


이 책을 쓴 오드리 로드는 여성이고 흑인이고 레즈비언이고 페미니스트이다. 소수자 정체성을 한 개도 아니고 여러 개 지녔지만, 그로 인해 삶의 영역이 축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확장되었음을 자신의 시로 증명한다. 때로는 여성으로서 말하고 ("나는 여성으로서 왔다. (중략) 내가 죽는다면 다시 일어나기 위해서다.", <단의 여성들이 전사이던 시절을 나타내려 손에 칼을 들고 춤춘다>), 때로는 흑인으로서 말하며 ("블랙 유니콘은 가만있지 못한다/ 블랙 유니콘은 수그릴 줄 모른다/ 블랙 유니콘은 자유롭지 않다." <블랙 유니콘>) 개인의 정체성은 결코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이고 중첩적이라는 사실을 보인다. 그로써 여성인 나도, 흑인인 누군가도, 혹은 또 다른 이유로 차별받거나 소외된 경험을 한 모든 인간이 로드의 시에 공감하며 한목소리로 암송할 수 있게 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시는 <사슬>이다. 이 시는 이런 뉴스 기사로 시작한다. "각각 열다섯, 열여섯 살인 두 소녀가 위탁 가정으로 보내졌다. 생부의 아이를 낳아서였다. 나중에 두 소녀는 스스로의 말에 따르면 자신을 사랑한다는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며 뉴욕 법원에 청원을 제기했다. 법정은 그렇게 해주었다." (49쪽) 이 천인공노할 사건을 접하고 로드는 이렇게 울부짖는다. "그는 아버지일까요 연인일까요", "난 당신의 아이일까요 아니면 남편의 침대에서 물러나길 바라는 경쟁자일까요?" (52쪽) 두 딸을 겁탈하고도 자신의 가정을 유지할 수 있는 남성의 권력. 이런 권력을 허락하는 가부장제는 과연 옳은가. 옳지 않은 관습을 옳은 것으로 인정하는 법과 사회 제도는 과연 마땅한가. 많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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