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잉 그레이 - 나는 흰머리 염색을 하지 않기로 했다
주부의 벗 지음, 박햇님 옮김 / 베르단디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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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새치가 눈에 띈다. 한두 가닥 정도면 뽑을 텐데 그 정도가 아닌 듯해 뽑지도 못하겠다. 다행히 머리색이 밝아서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정도는 아니지만, 이대로 몇 년 후가 지나면 새치 염색이란 걸 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염색을 하면 머릿결도 많이 상하고 피부에도 안 좋다는데. 무엇보다 '탈코'를 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염색이 가당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흰머리 염색을 그만두기로 결심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고잉 그레이>다. 


이 책에 나오는 여성들도 처음으로 검은 머리카락 속에서 흰 머리카락을 발견했을 때는 새치라 여기고 뽑아버렸다. 흰 머리카락의 수가 점점 늘어 숨길 수 없는 수준이 되었을 때는 남들 하는 대로 염색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을 계기로 염색을 그만뒀다. 피부가 상해서, 머리숱이 줄어서, 시간이 아까워서, 돈 들어서 등등 이유는 다양했고 결과는 놀라웠다. 염색을 안 해도 늙어 보이지 않았다(늙어 보이면 또 어떤가). 머리색이 환해지니 예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컬러가 잘 어울렸다. 과감한 디자인의 옷이나 볼드한 무늬의 스카프, 액세서리를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염색하는 데 썼던 비용과 시간을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해 쓸 수 있게 되었다. 죽기 전에 염색 안 한 게 떠오를까, 돈 없고 시간 없어서 하지 못한 일이 떠오를까. 


흰머리 염색을 그만두지 못하게 만드는 최대 원흉은 사람들의 시선이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도 가깝게는 남편이나 자식부터 멀게는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한테까지 "염색을 왜 안 하느냐?"라는 비난 섞인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머리는 그저 깨끗하게 감고 단정하게 빗고 다니면 그만 아닌가. 몇 살 때까지는 염색을 하면 안 되고, 몇 살 때까지는 염색을 안 하면 안 된다는 규정은 대체 누가 정하는 걸까. 사회의 편견에 맞서 자기만의 멋과 자유를 즐기는 이 분들이 너무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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