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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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지 사람이 죽은 집을 청소하는 직업이 따로 있는지 몰랐다. 이 책을 쓴 김완 작가가 바로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다. 저자는 출판과 트렌드 산업 분야에서 일하다 일본으로 건너가 유품 정리 사업에 관해 공부했다. 동일본대지진을 겪은 후 귀국해 특수청소 서비스 회사를 설립하여 일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죽은 사람(때로는 동물)의 집을 수습하고 청소하는 일을 하면서 겪은 일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저자에게 들어오는 의뢰는 자살이나 살인으로 사람이 죽고 난 후의 현장을 치우는 일이 대부분이다. 사람이 죽은 현장이니 죽은 사람의 몸에서 나온 피나 기름을 보는 일은 자주 있다. 그보다 끔찍한 건, 집 주인이 남긴 물건들을 치우며 집 주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상황이나 환경을 짐작하게 되는 일이다. 저자의 경험에 따르면, 혼자 죽는 사람들은 대체로 가난하다. 취업준비생, 중병을 앓는 환자, 시골에 혼자 사는 노인 등등 가까운 가족한테도 의지할 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가난하고 쓸쓸하게 죽은 사람들의 마지막 자리를 치우면서, 오히려 저자는 누구도 끝까지 혼자가 아님을 확인한다. 어떤 사람도 자신이 죽은 자리를 치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누구의 삶도 함부로 예상하거나 재단할 수 없음도 깨닫는다. 저자는 언젠가 한국에서도 이름난 부촌으로 소문난 동네에 일을 하러 간 적이 있다. 죽은 사람의 집은 겉보기엔 화려했지만 실제로는 전기세가 밀려서 집에 불이 안 들어오는 상태였다. 남들 눈에는 분명 사이좋게 만 보였을 부부가 끔찍한 방법으로 삶을 끝낸 경우도 있었다. 대체 이들에게 사랑이란 무엇이었을까. 목숨과 바꿀 정도라면 차라리 욕망이 아니었을까.


쓰레기집을 치워달라거나 동물의 사체를 수습해달라는 의뢰를 받는 일도 자주 있다. 쓰레기집을 치우는 이야기도 끔찍하지만, 집 안에 케이지를 몇 개씩 설치한 다음 그 안에 동물들을 욱여넣고 키워서 파는 '동물공장' 이야기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참혹했다. 그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모자라, 썩어서 뼈와 머리통밖에 남지 않은 동물의 시체를 치우는 일을 남에게 시키고 돈만 주면 된다고 믿는 인간. 이것이 정말 인간인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나누어 준 저자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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