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감동을 만나고 싶다 - 히사이시 조가 말하는 창조성의 비밀 아우름 11
히사이시 조 (Joe Hisaishi) 지음, 이선희 옮김 / 샘터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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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성실하게 일한 전문가의 글을 읽는 건 언제나 즐겁다. 일본의 영화음악 감독 히사이시 조의 에세이 <나는 매일 감동을 만나고 싶다>를 읽는 동안에도 내내 즐거웠다. 일본에선 2006년에 발표된 이 책은, 히사이시 조가 영화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영화음악 감독으로서 일하는 방식, 중요시하는 가치, 여러 분야의 거장들과 협업하며 발견한 미덕들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일본 국립음악대학교 작곡과를 졸업한 히사이시 조는 청년 시절까지만 해도 예술가로서의 자아가 무척 강했다고 한다. 졸업 후 10년이 지나서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는 예술가로서의 자아를 버리고 일감이 들어오는 대로 했다. 그러던 중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OST를 맡게 되었고, 이 작품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영화 음악 감독으로서의 커리어를 쌓게 되었다. 


저자에 따르면, 예술가와 '프로' 예술가의 차이는 그 일을 '계속' 하는지에 달려 있다. 명작 한 편으로 평생 예술가 대접을 받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창조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경우에는 좋은 작품 한두 가지를 만든 것으로 만족해선 안 된다. 프로는 계속해서 좋은 결과물을 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자신의 역량을 다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매일 체력을 다지기 위해 운동을 하고, 유행하는 음악을 듣고 인기 있는 드라마와 영화도 챙겨 본다. 개중에는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는 것도 있지만, '무엇이 취향에 맞지 않는지'를 생각하다 보면 이 또한 공부가 된다. 


사람들은 대체로 예술가에게 필요한 자질이 감성이나 직관일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것들도 중요하지만, 경험에 따르면 그것들이 창작에 끼치는 영향은 기껏해야 5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95퍼센트는 창작자가 과거에 한 체험이나 엄청난 양의 공부, 연습이 차지한다. 그렇다고 해서 감성이나 직관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남들과 구별되는 감성과 직관은 주로 평소에 하지 않는 일을 할 때 생긴다. 저자는 가능한 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어려운 길을 택하는 것을 좋아한다.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일할 때보다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는 방식으로 자신을 한계에 몰아붙이며 일할 때, 결과물도 더 좋고 '프로'로서의 수명도 길어진다. 


책에는 미야자키 하야오, 기타노 다케시 등과 협업하면서 생긴 일화를 비롯해, 한국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OST 제작 비화, 히사이시 조 자신이 직접 감독, 연출한 영화 <쿼텟>의 제작 비화 등도 나온다. 이 책을 통해 영화와 음악, 영화음악에 관해서는 물론이고, 영화음악 감독이 하는 일과 히사이시 조 개인에 관해 폭넓게 알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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