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둘
무레 요코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포레스트 / 202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 드라마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은 중학생 때부터 백여 편 넘는 일본 드라마를 본 내가 '인생 드라마'로 꼽는 작품이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는 아키코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경리부로 옮겨진다. 공교롭게도 때마침 아키코의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가 운영해온 식당도 문을 닫는다. 아키코는 비어있는 식당을 보다가 자신이 직접 식당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떠올린다.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밥집이었던 어머니의 식당과는 달리, 신선한 재료로 그날 만든 빵과 수프만 파는 식당을.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의 후속편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 둘>에는 밀려드는 손님들로 정신없던 개업 초기가 지난 후 눈에 띄게 손님이 줄어 고민에 빠진 아키코의 모습이 나온다. 준비한 음식이 다 팔리면 시간이 언제든 식당 문을 닫는 아키코에게 "장사하는 사람의 자세가 안 되어 있다."라고 야단쳤던 찻집 아주머니도 기운이 빠진 아키코를 걱정한다. 보다 못한 찻집 아주머니가 '장사의 달인'을 소개해 줘서 아키코는 다시 기운을 차리고, 함께 일하는 시마 씨와 함께 새로운 메뉴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전편에서 아키코는 옆에서 누가 아무리 흔들어도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처럼 단단한 인상이었는데, 후속편에는 아키코가 시마 씨에게 월급을 못 주게 될까 봐 불안해하는 모습이 나오고 새로운 메뉴 개발이 생각대로 잘 진행되지 않아 초조해하는 모습도 나와서 신선했다. 전편에서는 만날 때마다 잔소리를 늘어놓아 얄밉게만 보였던 찻집 아주머니가 이번에는 위기에 빠진 아키코에게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고마운 인생 선배로 등장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일과 고양이밖에 모르고 연애에는 무심해 보였던 시마 씨에게 생긴 새로운 변화도 반갑다. 


스포츠를 하다 보면 머릿속이 이기고 지는 관념에 사로잡히기 쉽지만, 인생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니까. 계속 이겨야만 성에 차는 사람이나 항상 이기는 게 일인 사람은 틀림없이 괴로울 거야. (15쪽)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는 건, 그런 말을 하는 본인에게 자신감이 부족한 탓이야. 상대방이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우위에 서면 싫으니까 발목을 잡는 거지. (19쪽) 


현실은 매번 예측할 수 없다. 손님이 많이 찾아와 즐거워했던 것도 꿈이 아닌 현실이었지만, 그 현실이 오늘, 내일, 내일모레로 쭉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오늘 일은 오늘로 끝이다. 내일은 어떻게 될지 고민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내일 일은 내일이 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미리 고민하면 그만큼 자신 안에 부정적인 감정만 늘어날 뿐이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정성껏 하는 수밖에 없다. (81쪽) 


남들보다 튀어서 칭찬을 받으려는 사람이 많지만, 성실하게 꾸준히 하다 보면 반드시 봐주는 사람이 있어요. (중략) 내게 불이익을 주려는 사람이 있다면, 사과하거나 반성하게끔 할 것이 아니라 관계하지 않는 편이 제일 좋답니다. 그런 사람들과는 살아가는 기준이 다르니 같은 토양에서 사이좋게 지내기 어려워요. (1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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