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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에 있어 - 2020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 수상작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35
아드리앵 파를랑주 지음, 이세진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10월
평점 :

어른이 된 지금도 안좋은 꿈을 꾸고 새벽에 눈을 뜨면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든다. 이럴 때 누군가 옆에서 "내가 여기에 있어."라고 말하며 안심시켜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영국의 그림책 작가 아드리앵 파를랑주의 최신작이자 2020 볼로냐 라가치상 스페셜 멘션 수상작 <내가 여기에 있어>를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책을 펼치면 이제 막 잠에서 깬 것처럼 보이는 소년의 모습이 나온다. 침대에서 몸을 제대로 일으키지도 못한 소년은 평소와 다른 기척이 느껴져 베개를 들춘다. 베개를 들추자 보인 것은 다름 아닌 뱀의 꼬리. 호기심 많은 소년은 겁을 먹고 도망치거나 소리를 지르기는커녕, 꼬리의 끝을 보고 싶은 마음에 꼬리를 따라 간다. 대체 이 꼬리의 주인은 누구일까.
꼬리를 따라 방문을 넘고, 창문을 넘고, 정원을 지나, 멀리 더 멀리로 간 소년. 낯선 사람들이 보이고 굵은 빗방울이 떨어져도 굴하지 않고 꼬리를 따라간 소년은 마침내 꼬리의 끝에 누가 있는지 알게 된다. 꼬리의 주인이 들려준 "내가 있으니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거야."라는 약속이 마치 나에게 한 약속처럼 듬직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