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 - 우리 몸 안내서
빌 브라이슨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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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을수록 몸에 대해 알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지는 것 같다. 이 책도 그래서 읽었다(저자가 빌 브라이슨이라서 산 것도 맞다). 이 책의 전작은 <거의 모든 것의 역사>로, 우주와 그 안에 있는 거의 모든 것의 과학을 탐사한 저자는 시선을 안으로 돌려서 인체에 관한 책을 썼다고 한다. 유전자에서 시작해 피부와 털, 미생물, 뇌, 머리, 입과 목, 심장과 피, 호르몬, 뼈, 운동, 균형, 면역계, 심호흡, 음식, 소화, 잠 등등 인체에 관한 '거의 모든 지식'을 다룬 책이라는 점에서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지식이 아주 많다. 탈모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확실한 대머리의 치료법 중 단 하나는 거세다. 우리는 흔히 '오감'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실제로 인간은 5개 이상의 감각을 가지고 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외에 균형, 가속과 감속, 공간적인 위치, 시간의 경과, 식욕 등도 감각에 속한다. 이 밖에 알려진 것만 해도 33가지나 된다. 


여느 분야와 마찬가지로, 과학 분야에서도 여성의 성취와 업적은 평가절하 되어온 경향이 있다. X염색체 외에 Y염색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건 미국의 네티 스티븐스라는 생물학자다. 스티븐스는 이 밖에도 여성이 남성보다 생물학적으로 열등하다는 통념을 반박하는 연구를 많이 했다. 스티븐스가 여성이 아니고 좀 더 오래 살았다면, 비슷한 시기에 Y염색체를 발견한 에드먼드 비처 윌슨이라는 '남성' 과학자가 그 영예를 다 누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Y염색체는 유전자가 70개뿐이다. 다른 염색체들에는 2,000개까지도 유전자가 들어 있다. Y염색체는 1억 6천만 년 동안 줄곧 크기가 줄어들었다. 현재의 속도로 볼 때 약 460만 년 뒤에는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인간은 엄밀히 말해서 성행위를 통해 '재생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재조합'을 한다. 성행위를 하지 않고 종족을 번식하는 생물종은 무수히 많으며, 인간 또한 미래에는 그러한 방식을 따를 수도 있다. 


저자는 의학계에서 남성과 여성이 여러 가지 중요한 측면에서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을 무시하거나 간과해 왔음을 지적한다. 남성은 파킨슨병에 더 많이 걸리고, 우울증에 걸리는 비율은 낮지만 자살률은 높고, 감염에 취약하다. 여성은 뼈가 더 일찍 약해지고, 알츠하이머에 2배 더 많이 걸리며, 알코올 대사 양상이 달라서 술에 더 쉽게 취한다. 문제는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의사와 제약업계다. 심근경색이 일어났을 때 여성은 남성보다 복통과 욕지기를 느낄 확률이 더 높아 오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남성은 여성의 몸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많은 것에 비해 여성의 몸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무지하다. 음문, 음핵, 음순 등 여성의 생식기에 관해 명확히 알지 못하고, 생리와 출산 등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도 없다. 과거에 비하면 출산 시 산모의 사망률이 많이 떨어졌지만, 오늘날에도 출산 시에 사망하는 여성의 수는 10만 명당 오스트레일리아는 5.1명, 영국은 8.2명, 덴마크는 9.4명, 프랑스는 10.0명이다. 2013년 유엔인구기금(UNFP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산모 사망률은 10만 명당 1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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