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 식탁 기행
리카이저우 지음, 한성구 옮김 / 생각과종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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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송나라로 가라." 중국의 유명 음식 칼럼니스트인 이 책의 저자는 미식가들에게 권하고 싶은 한마디 말로 이 말을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송나라는 중국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식객들이 호사를 누렸던 시대다. 잔, 접시, 공기, 젓가락 같은 식기들이 그때 비로소 갖추어졌고, 지지고 볶고 삶고 튀기는 조리법도 완비되었다. 무역이 발달해 여러 나라의 식재료가 들어오고, 무, 배추 같은 채소가 보급되고, 매콤한 사천(쓰촨) 요리가 두각을 나타낸 것도 이때다. 


이 책에는 송나라의 다양한 음식 이야기는 물론이고, 송나라의 연희 문화와 궁중 음식 문화, 차 문화, 술 문화, 놀이 문화 등 음식과 식사 자리를 매개로 한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중국인들은 생선회를 즐겨 먹지 않았을 줄 알았는데, 이 책에 따르면 송나라 사람들은 날고기를 즐겨 먹었고 생선회(콰이)도 좋아했다. 심지어 돼지고기도 날것으로 먹었다. 생선과 마찬가지로 껍질과 뼈를 제거한 다음 얇게 썰어 가늘게 채를 친 후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소금에 찍어 먹었다. 어떤 맛일까. 


전국시대 이전 중국인들은 식사 때 칼과 나이프를 썼다. 전국시대를 지나면서 포크 대신 젓가락을 쓰기 시작했고, 나이프는 숟가락으로 개량되었다. 송나라 사람들은 밥을 먹을 때 주로 젓가락을 사용하고 숟가락은 보조 도구로 썼다. 한나라 사람들은 식사 때마다 무릎을 꿇고 밥을 먹어야 했는데, 이는 의복의 영향이 크다. 전국시대에 비로소 바지가 생겨났으나 이때의 바지는 바짓가랑이가 없었다. 오늘날 우리가 입는 바지가 보급된 것은 위진남북조 시대 이후다. 송나라 사람들은 현대 중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의자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 


이 책을 읽고 중국의 음식 문화와 일본의 음식 문화가 닮은 점이 많다는 것을 새롭게 알았다. 송나라 사람들은 춘절 때 '보퉈'라는 음식을 먹었는데, 이 음식은 일본의 야마나시 현을 대표하는 향토 음식인 '호토'와 닮았다(한국의 수제비와도 비슷하다). 청나라와 민국 시기에는 손님이 왔을 때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다 어느 정도 이야기가 마무리되면 주인이 찻잔을 받쳐 들어 손님이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알렸다. 이는 교토 사람들이 손님에게 떠날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의미로 "오차즈케 드시겠어요?"라고 물어보는 것을 연상케 한다. 


<맹자>에 "군자는 주방을 멀리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그저 군자라면 주방을 멀리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동물도 생명이므로, 측은지심을 가진 군자라면 동물을 죽여서 고기로 만들어 먹는 행위에 고통을 느껴야 마땅하다. 진정한 군자라면 자신도 고기를 먹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도 먹지 말라고 권해야 한다. 이렇게 할 수 없다면 고통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동물을 죽인다. 저자는 이를 일컬어 "군자가 주방을 바꾼다"라고 말한다. 이 밖에도 새겨읽을 만한 구절이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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