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비거니즘 만화 - 어느 비건의 채식 & 동물권 이야기
보선 지음 / 푸른숲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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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 예술가 중에 비건인 사람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비거니즘에 대해 알게 되었지만 '아직' 비건이 되지는 못했다. 1킬로그램의 소고기를 얻기 위해 2만 리터의 물이 필요하고, 그마저도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기른 소들을 도축해 얻으며, 이는 소뿐만 아니라 돼지, 닭, 오리 등 수많은 다른 동물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같은 말을 들을 때마다 비건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하지만, 식탁 위에 고기반찬이 있으면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 '에라 모르겠다'하고 먹어버리는 게 현재의 나다.


그래도 언젠가는 비건이 되고 싶어서 읽은 책이 보선 작가의 책 <나의 비거니즘 만화>이다. 주인공 '아멜리'는 어느 날 텔레비전을 켰다가 미식 프로그램을 보게 된다.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르 풍미가 화아아악", "겉은 바삭한데 속은 핏물이 촉촉하니. 캬. 예술인 거죠." 평소 같으면 아무렇지 않게 흘려들었을 말인데 그날따라 불편하게 느껴졌다. 나와 같은 생명체의 살점을 두고, 풍미니 예술이니 같은 말을 하는 장면이 기괴하고 끔찍하게 느껴졌다. 


아멜리는 그때부터 비거니즘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해 몇 년 후 비건이 되었다. 비거니즘이란 "종 차별을 넘어 모든 동물의 삶을 존중하고, 모든 동물의 착취에 반대하는 삶의 방식이나 철학"을 일컬으며, 이것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비건'이라고 부른다. 비건은 동물이 사용되거나 동물이 생산한 음식을 먹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동물의 털과 가죽이 사용된 의류, 동물실험이 이루어진 화장품 등의 제품을 소비하지 않고, 동물을 대상화하거나 착취하는 서비스에 반대하고, 동물과 공존하기 위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비거니즘에 대한 입장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혐오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완벽한 비건으로 살기가 어렵다며 자책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저자는 말한다. 비거니즘은 여러 가지 삶의 방식 중 하나일 뿐이므로 모두가 따르지 않아도 되고 그래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신념에 따라, 입장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방식 또는 방법으로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것이 전혀 실천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완전한 비건 한 사람보다 불완전한 비건 열 사람이 낫다는 말이 그래서 생겼다.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보다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이 더 슬퍼진다는 말이 있다. 나는 귀찮더라도 진실하게 살고 싶다. 슬픔이 많아지더라도 다른 존재에게 고통 주며 살고 싶지 않다.' 


이 책을 읽고 완전한 비건이 되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전보다 고기를 덜먹게 되었다. 전에는 '기왕이면' 고기가 들어 있는 음식을 먹었다면, 이제는 '가급적이면' 고기가 들어 있지 않은 음식을 먹는다. 무엇을 '하는' 것만이 선(善)이 아니고 무엇을 '하지 않는' 것도 선이 될 수 있는데, 단지 무엇을 '먹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른 동물들과 인간들의 생명과 환경에 이바지할 수 있다니 이보다 쉬운 선이 또 있을까. 비거니즘을 알지 못하거나 더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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