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로셀라 포스토리노 지음, 김지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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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독일. 스물여섯의 로자 자우어는 베를린에서 폭격으로 부모를 모두 여의고, 전쟁터로 떠난 남편 그레고어의 고향으로 온다. 시부모와 셋이서 조용히 살아가던 어느 날, 나치 군복을 입은 남자들이 로자를 찾아온다. 매일 세 번 히틀러의 식탁에 오를 음식을 먼저 먹어보고 독이 있는지 없는지 감별하는 시식가로 선발된 것이다.


처음에 시식가들은 최고 지도자와 국가를 위해 봉사할 기회를 얻었다며 감격하고, 전쟁 중이라 먹을 것이 넉넉지 않은데 귀한 음식을 먹게 되었다며 기뻐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매일 독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음식을 시식하는 일의 엄중함과 무서움을 깨닫고 공포에 휩싸인다. '가축을 도축하는 것이 너무 잔인한 행위'라며 채식을 고집하는 히틀러가 수많은 사람들을 끔찍한 방식으로 죽이고, '아버지의 마음으로' 국민을 사랑한다던 히틀러가 딸 같은 젊은 여성들에게 독이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음식을 먹이는 일의 모순을 깨닫는다. 


로셀라 포스토리노의 소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은 실제로 히틀러를 위해 시식가로 일했던 마고 뵐크라는 여성의 폭로에 기반한다. 마고 뵐크는 1941년 24세의 나이에 자신을 포함한 15명의 여성과 함께 나치에 끌려가 독이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히틀러의 음식을 먼저 맛보는 일을 했다. 전쟁이 끝난 후 마고 뵐크의 동료들은 모두 처형당했고, 마고 뵐크만 소련군에게 잡혀서 14일간 성폭행을 당했다. 이후 마고 뵐크는 70년 가까이 이 일을 비밀로 간직하다가 사망 직전 독일의 한 언론에 고백했다. 


이 소설을 읽으니,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논픽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가 떠올랐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역사에 기록된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여성이 전쟁터에서 싸웠고, 전쟁터에 나가지 않은 여성들도 자신의 자리에서 각자의 '전쟁'을 치렀음을 보였다. 한국에도 비슷한 일을 했던 여성들(혹은 남성들)이 있지 않을까.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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