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고고한 연예
김탁환 지음 / 북스피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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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자꾸 울면 달문 데려온다.", "멍청하기가 바보 달문과 같구나. 평생 수표교 밑에서 빌어먹을래?" 동대문 시장에서 3백 년 넘게 대대로 인삼 가게를 운영해온 집안의 도련님인 '나'는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이런 말을 종종 들었다. 본능적으로 '나'는 달문이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못나고 멍청하고 가난한 사람임을 알았고, 무슨 일이 생겨도 절대 닮아선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나'가 열여섯 살이 되던 해에 마침내 '바로 그' 달문과 만난다. 듣던 대로 얼굴은 흉측하고 옷차림은 추레했으며 역겨운 냄새가 진동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달문이 보이는 춤과 노래와 연기는 가히 장안에서 제일, 아니 전국 팔도에서 제일이다. '나'는 머리로는 달문을 가까이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달문에게 관심을 가진다. 무엇이 달문을 이토록 훌륭한 예인으로 만들었는지, 왜 사람들이 달문과 가까워지면 위험해진다는 걸 알면서도 달문을 따르는지 알고 싶어진다. 


김탁환 작가가 2018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이토록 고고한 연예>는 화자인 '나'가 달문이라는 인물의 생애와 행적을 주관적으로 서술하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의 작품이다. 어려서부터 장사꾼이 되기 위한 교육을 철저히 받아온 '나'는 셈에 어둡고, 돈에 무심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예술에만 몰두하는 달문을 흠모하기도 하고 질투하기도 한다. 이런 복잡한 마음 때문에, 때로는 달문을 돕기도 하고 위기에 빠뜨리기도 하면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한다. 


달문은 전혀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런 '나'의 심정을 내심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나'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우연을 가장해 나타나 '나'를 도와주기도 하고, '나'가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허허 웃으며 넘어가 주는 것을 보면 말이다. 연령과 신분의 차이를 넘어, 서로 끌어주고 이끌리며 깊은 우정을 쌓아가는 둘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영상화되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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