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년대, 90년대에 만화 좀 읽었다고 자부하는 여성 독자라면 옛 추억에 푹 빠질 만한 책을 만났다. <어쩌다 어른>의 저자 이영희의 신간 <안녕, 나의 순정>이다.
어린 시절부터 내로라하는 순정만화 '덕후'였던 저자는 몇 년 전 한 포털사이트에서 '한국만화거장전 : 순정만화 특집'이 연재되고 있을 때, 누군가 이런 댓글을 단 것을 보았다. "순정만화도 거장(?)이 있군요ㅎㅎ" 자신은 잘 모르는 분야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한 시절을 가득 채웠을 수 있다. 당연히 그 분야에는 거장도 있고 명작도 있다. 아는 것도 없고 염치도 없는 사람이 쓴 그 댓글에 대한 반론으로 저자는 이 책을 썼다.
사실 순정만화는 주 독자층인 여성들조차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순정'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낭만적, 성애적 이미지 때문이다. 순정의 사전적 정의는 '순수한 감정이나 애정'으로, 많은 사람들의 오해와 달리 성애(중에서도 이성애)만을 지칭하지 않는다. 실제로 순정만화에 나오는 수많은 여자 주인공들은 원하는 남자를 열망하는 것 외에도 우주로 떠나고, 혁명을 주도하고, 왕위를 계승하는 등의 다양한 성취를 해냈다.
이 책에 거론되는 작가들은 신일숙, 황미나, 김혜린, 이빈, 한승원, 이은혜, 한혜연, 박희정, 강경옥, 유시진, 문흥미, 이미라, 나예리, 천계영, 박은아 등이다. 1980년대 후반생인 나로서는 이름만 들어본 작가들도 있고 작품을 본 적 있는 작가들도 있다. '이런 작품도 있구나' 하고 넘기기에는 아까운 작품들이 너무 많아서 앞으로 하나씩 찾아 읽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