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한때는 아이였기에, 아이들의 세계가 결코 순수하거나 낭만적이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아이라서, 아직은 성인보다 미숙하고 서툴러서, 결과를 미처 상상하지 못한 채 잘못된 판단 또는 행동을 하거나 특별한 목적이나 대단한 악의 없이 남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바로 그런 아이 시절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가 박윤선의 <수영장의 냄새>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고도성장기였던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경의 서울이다. 교육열 높고 재테크에 관심 많은 엄마를 둔 여덟 살 민선은 언니 민진과 함께 동네 스포츠센터의 수영반에 다닌다. 민선은 공부도 잘하고 수영도 잘하는 언니 민진과 끊임없이 비교를 당한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아이들도 민선을 은근히 따돌린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는 민선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일종의 '살아갈 낙'을 만든다. 아이들 앞에서 허세를 부리거나, 어른들의 눈을 피해 일탈 행동을 하거나, 자기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아이를 함부로 대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한 행동들이 점점 감당하기 힘든 결과로 이어진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스스로를 약자라고 여겼던 민선이 자신 또한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상처를 줄 수 있음을 깨닫는 장면이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나 죄를 고백하지 않고 마음속 깊은 곳에 묻음으로써 민선은 어른들에게 혼나거나 아이들로부터 비난받는 일은 피할 수 있었겠지만, 자기 자신과는 영영 화해할 수 없게 되지 않았을까.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