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예희 작가의 '물좋권('물건이 좋지 않으면 권하지 않아요'를 줄인 말)' 시리즈를 애정하는 독자로서 이 책을 아니 사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처음에는 신예희 작가가 소비에 관한 책을 썼다고 해서 당연히(!) 물좋권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저자가 직접 구입해 사용해보고 좋았던 물건들을 추천해 주는 내용일 줄 알았다. 막상 읽어보니 구체적인 제품 추천보다는, 저자가 이제까지 '소비러'로 살면서 겪은 고충이나 시행착오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얻은 교훈이나 지혜를 공유하는 내용이 더 많았다. 위시리스트가 꽉 찰 줄 알았는데 눈물샘이 꽉 찼다는...(ㅠㅠ)
저자는 자칭 타칭 '맥시멀리스트'이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직접 구입해 써봐야 직성이 풀리고, 한 번 구입한 제품은 웬만해선 잘 버리지 않는다. 프리랜서라서 업무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돈을 쓰고, 비혼 1인 가구로서 살림을 '외주'하는 데 필요한 제품들도 부지런히 들인다(로봇 청소기라든가, 건조기라든가).
어떤 사람들은 이런 저자에게 '돈지랄' 그만하라고 타박하거나 훈계하기도 한다(주로 부모님이 그러신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굴하지 않는다. 아껴야 잘 사는 것도 맞지만, 아끼면 똥 되는 것도 맞다. 돈도 써본 사람이 잘 쓴다고, 돈을 아무리 열심히 벌고 착실하게 모아도 써야 할 순간에 잘 못 쓰면 말짱 꽝이다. 그럴 바에는 평소에 돈을 적재적소에 잘 쓰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낫다.
저자에게 소비란 자신의 진정한 욕망을 발견하는 기회다. "소비 패턴을 들여다보면, 그러니까 카드 내역을 쭉 살펴보면 내가 어디에 비중을 두고 사는지 답이 딱 나온다고 한다. 외면하고 싶은 진짜 내 욕망이 그 안에 숨어 있다. 그렇게 헛돈을 쓴 덕분에, 낭비한 덕분에 진짜를 찾았다." (서문 중에서)
저자도 한때는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소비를 많이 했다. 최신 트렌드의 옷이나 높은 굽의 구두, 색색의 화장품을 사들이는 데 많은 돈을 썼다. 그 결과 저자는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이제는 유행 상관없이 자신의 마음에 들고 몸이 편안한 옷과 신발을 구입한다. 정말 좋아하는 브랜드 또는 제품이라면 진품 같은 저렴이 말고 진품을 구입한다. 그렇게 하는 편이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돈을 잘 쓰기 위해 돈을 잘 모으는 팁도 나온다. 저자는 카카오뱅크를 애용한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적금을 시작할 수 있고, 천 원이나 만 원 단위의 소액으로 목돈 만들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1년 동안 하루에 천오백 원씩 모아서 애인에게 근사한 선물을 해주었다는 글을 읽고 나도 바로 카뱅 적금을 시작했다. 선물할 애인은 없지만(ㅠㅠ), 부지런히 모아서 나를 위한 선물을 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