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장소에서는 내 존재가 더욱 분명해진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변함없는 것. 그것이 진정한 나다." ​


미국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자 심리학자인 앤드루 솔로몬의 책 <경험 수집가의 여행>에서 발견한 문장이다. 유대계 집안에서 태어난 저자는 어려서부터 가능한 한 많은 나라들을 여행해보길 원했고,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국에 나갔다. 이 책에는 저자가 1980년대 말부터 2015년까지 약 25년 동안 여행했던 28곳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가 찾은 국가는 탈냉전 이전의 소련과 탈냉전 이후의 러시아를 비롯해 중국, 남아공, 타이완, 터키, 잠비아, 캄보디아, 몽골, 그린란드, 세네갈, 아프가니스탄, 일본, 솔로몬 제도, 르완다, 리비아, 남극 등이다.


저자가 여행에 빠져든 이유는 저자가 지닌 소수자성과 관련이 깊다. 저자는 어릴 때 부모로부터 과거 유대인들이 유럽에서 겪은 박해와 차별, 학살에 관한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망명 신청을 해도 받아주는 나라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로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국적을 얻어야겠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영국 국적을 얻었다). 성소수자이기도 한 저자는 국가별로 성소수자를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것이 재미있다고 느꼈다. 어떤 나라에선 사람들이 성소수자라는 말만 들어도 경악한 반면, 어떤 나라에선 성소수자라는 개념조차 없었다. 성소수자임을 밝혀도 세계 최강국인 미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봐주는(?) 경우도 있었다.


저자는 여행을 하면서 남들이 알려주는 정보와 자신이 직접 겪어서 얻는 정보가 얼마나 다른지도 여실히 느꼈다. 냉전 시기에 학창 시절을 보낸 저자는 소련을 비롯한 공산 진영 국가들에 대해 막연한 공포 내지는 불안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미국 정부와 언론이 공산 진영 국가들에 대해 안 좋은 보도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직접 가보니 그곳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사람 사는 곳'이었다. 관점에 따라서는 미국보다 좋아 보이는 부분도 많았다. 이 일을 겪고 저자는 남들이 알려주는 정보를 무턱대고 믿기보다는 직접 경험해보고 스스로 판단을 내리기로 결심했다. 이 밖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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