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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되는 시간을 위하여 - 연엽산 비구니 시인 원임덕 시집
원임덕 지음 / 스타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시는 쓰는 게 아니라 비춤이다. 시는 나를 비추고 다시 내가 거울이 되게 한다." 원임덕 시인의 시집 <꽃이 되는 시간을 위하여> 중 '시인의 말'에 나오는 문장이다. 승려인 저자는 2000년 계간 '한국문학예술'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해 현재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 출간된 시집 <꽃이 되는 시간을 위하여>에는 저자가 경상북도 문경 연엽산 산사에서 수행하는 틈틈이 쓴 시 70여 편이 담겨 있다.
표제작 <꽃이 되는 시간을 위하여>는 총 세 편의 시로 구성된 연작이다. '햇살', '돌멩이' '바람', '꽃', '매미' 같은 자연물이 시어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눈에 띈다. 저자가 연엽산 산사에서 매일같이 수행하고 우주의 삼라만상에 대해 고찰하며 쓴 시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인간이든 자연물이든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에게 공평한 시선을 주는 스님의 신분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모든 생명이 살아 있고, 살아있음으로써 나와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다행이라는 구절이 마음에 와닿았다. ("지금은 모든 것이 너무나 '다행'이라는 것입니다. / 다행이라 여길 수 있다는 것이, 더욱 다행이라는 것입니다." - <꽃이 되는 시간을 위하여 2> 중에서)
<흙수저의 변명>이라는 시도 인상적이다. "어떤 도시에 사는 중은 / 나더러 흙수저를 잡고 / 산다카더라."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이 시에서 화자(혹은 저자)는 "나는 시줏돈으로 / 고양이 강아지 밥이나 먹이지만 / 숟가락에 녹슬 때까지 / 윤이 나게 닦으리라."라고 답한다. "금수저도 부처님 숟가락 / 흙수저도 부처님 숟가락 / 언젠가는 그 숟가락도 / 임자가 없으리."라는 구절에서는 인생의 환난으로부터 해탈하고 도를 깨우친 듯한 느낌마저 든다. 현실의 모든 것은 끊임없이 달라지고 변화하니 영원한 금수저도 흙수저도 없다. 다만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성실하게 해내면서 열심히 살라는 메시지로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