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빙과>를 시작으로 고전부 시리즈를 읽기 시작해 그 후로 계속 요네자와 호노부의 신간이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구입해 읽고 있다. 아직도 완결이 안 된 고전부 시리즈와 설정이나 분위기가 상당히 비슷한 작품이 최근에 출간된 <책과 열쇠의 계절>이다. <책과 열쇠의 계절>은 고전부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지방의 한 고등학교에서 펼쳐지는 일을 그리고, 중심인물들도 같은 특별활동을 하는 사이다. 약간의 변화가 있다면 고전부가 아니라 도서부가 배경이고, 중심인물을 두 명의 소년으로 추려서 둘의 관계를 보다 밀도 있게 그린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2학년인 호리카와 지로와 마쓰쿠라 시몬은 학교 도서실의 도서위원을 맡고 있다. 도서위원이라고는 해도 대학 입시를 앞둔 3학년은 활동을 안 하고, 1, 2학년 학생들도 당번이 아닌 한 도서실에 들르는 일이 거의 없다. 주로 호리카와와 마쓰쿠라만이 방과 후마다 도서실에 들러서 서가를 정리하거나 대출 업무를 처리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위원 선배가 두 사람을 찾아와 자신의 할아버지가 남긴 금고의 비밀번호를 알아내 달라고 부탁한다. 내용물에 따라 적잖은 보상을 해주겠다는 말에 혹한 두 사람은 선배를 따라간다. 이후 두 사람은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어스한 사건들을 잇달아 해결하고, 이 과정에서 함께 학교 도서실의 도서위원으로 활동하는 사이 정도로만 지냈던 두 사람의 사이가 점점 가까워진다.
마지막에는 마쓰쿠라가 그동안 숨겨왔던 비밀을 호리카와가 풀어내면서 마쓰쿠라가 탐정, 호리카와가 조수였던 관계가 역전된다. 이로 인해 호리카와는 마쓰쿠라가 좀처럼 사람을 믿지 않고 타인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이유를 알게 되고, 마쓰쿠라는 사람을 잘 믿고 따르는 호리카와의 품성이 지닌 좋은 면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서로의 약점과 강점을 알아가면서 함께 성장해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단순한 추리 소설이 아닌 성장 소설로도 읽을 수 있다.
마쓰쿠라와 호리카와의 관계는 고전부 시리즈의 오레키 호타로와 후쿠베 사토시의 관계를 연상케 한다. 키도 크고 잘 생겼지만 냉소적이고 남의 일에 무심한 호타로와, 외모는 수수하지만 성격이 밝고 인정이 많은 사토시. 처음에는 사토시가 일방적으로 호타로를 동경하지만 나중에는 호타로도 사토시의 좋은 면을 알아보고 인정한다는 점도 마쓰쿠라와 호리카와의 관계와 닮았다. 고전부 시리즈에는 담기지 않은 호타로와 사토시의 이야기를 <책과 열쇠의 계절>에서 미리 본 듯한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