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만난 도시의 미래 -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재생 이야기
김정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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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생물이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뭔가가 계속해서 생기고 없어지면서 끊임없이 변한다. 건축가이자 도시사회학 박사인 김정후의 <런던에서 만난 도시의 미래>는 제목 그대로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발견한 미래 도시의 아이디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저자가 선정한 10개의 사례를 보다 보면 한국의 도시에도 적용할 만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첫 번째로 고른 사례는 '사우스 뱅크'이다. 사우스 뱅크는 이름 그대로 템스 강변의 '남쪽'에 쌓은 '제방' 인근에 위치한 지역이다. 산업혁명 이후 전형적인 산업지대로 개발되었고, 2차 세계대전 때는 독일군의 폭격으로 심각하게 파괴되었다. 런던시는 1951년에 열린 영국 페스티벌 이후 사우스 뱅크 주변의 3만여 평 부지를 수변 공원과 예술 행사장으로 개발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낙후되어가는 사우스 뱅크를 되살린 건 인근 지역 공동체다. 이들은 로열 페스티벌 홀과 퀸 엘리자베스 홀을 중심으로 산책로를 정비하고 주말마다 푸드 마켓을 개최했다. 그 결과 런던에서도 손꼽히는 명소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두 번째로 고른 사례는 '테이트 모던'이다. 테이트 모던은 1981년 폐장한 이래 방치된 채 버려져 있던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해 만들어졌다. 기존 건물의 형태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화력발전소가 기능을 다한 채 버려진 산업용 건물에 불과하지만 근대건축물로서의 가치는 여전히 크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완성된 테이트 모던은 내국인과 외국인, 어른과 아이, 직장인과 학생 할 것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휴식을 취하는 장소가 되었다. 발상의 전환으로 비용 절감을 비롯한 엄청난 효과를 거둔 좋은 사례다. 


세 번째로 고른 사례는 '밀레니엄 브리지'이다. 오랫동안 런던의 주요 명소는 템스강의 북쪽에 몰려 있었다. 무려 18세기 초까지 템스강의 남북을 연결하는 다리는 런던 브리지가 유일했다. 영국 정부는 템스강 남북의 불균형을 해결할 방책 중 하나로 밀레니엄 브리지를 건설했다. 밀레니엄 브리지는 런던의 명소인 세인트폴 대성당과 테이트 모던 인근에 위치한다. 런던을 찾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세인트폴 대성당과 테이트 모던에 들른 후 밀레니엄 브리지를 건너서 템스 강변을 산책한다. 그 결과 세인트폴 대성당의 관람자 수는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다리 하나가 엄청난 경제 효과를 가져다준 것이다. 


책에는 이 밖에도 런던 시청, 샤드 템스, 파터노스터 광장, 올드 스피탈필즈 마켓, 브런즈윅 센터, 런던 브리지역, 킹스 크로스 등의 사례가 자세히 나온다. 여행 책이나 가이드북에는 나오지 않는, 런던을 대표하는 명소들의 역사와 특징에 관한 전문적이고 상세한 설명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런던에 가는 사람에게 이 책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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