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쾌변 - 생계형 변호사의 서초동 활극 에세이
박준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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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쾌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인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의뢰인의 문제를 상'쾌'하게 해결해 주는 일을 하는 '변'호사의 희로애락에 관한 책이다. 저자 박준형은 9년 차 변호사다. 변호사라고 하면 거창해 보이고 돈도 잘 벌 것 같지만, 전국의 2만 7,880명(대한변호사협회 통계, 2020년 4월 1일 기준)에 달하는 변호사 중 1인으로서 매일 치열하게 경쟁하며 팍팍한 일상을 살고 있는 건 여느 직업인들과 마찬가지다. 


저자를 찾아오는 의뢰인들 중에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안 되는 걸 되게 해주는 게 변호사 아니에요?" 의뢰인에게는 안 됐지만, 변호사는 '안 되는 걸 되게 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차라리 변호사는 될 만한 걸 알려주는 사람에 가깝다. 변호사는 어디까지나 '대리인'이므로 사건 진행의 기본 방향이나 최종 결정은 의뢰인 본인이 정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사정을 알아주는 의뢰인은 많지 않다. 무엇무엇은 못한다고 말하면 대체 할 수 있는 게 뭐냐고 타박하고, 대신 결정해 달라며 책임을 미루는 경우가 다반사다. 


미드 중에서도 수사물이나 법정물을 보다 보면 경찰에 체포된 피의자가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변호사 불러주세요. 변호사 올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을 겁니다." 이런 일은 미국에선 가능할지 몰라도 한국에선 불가능하다. 한국에선 피의자가 부른 변호사가 와도 변호사는 경찰관이나 검사의 심문에 피의자 대신 답변할 수 없다. 형사사건에서 변호사는 피의자의 '대리인'이 아닌 '변호인'의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도 모르고 '변호사 그거 있어봐야 아무 소용도 없더라'라고 말하면 안 된다. 


변호사 광고를 보다 보면 '00 전문 변호사' 같은 문구를 종종 보게 된다. 이런 문구는 전부 사실일까? 대한변호사협회 규정(2019년 7월 기준)에 의하면 61가지에 달하는 변호사 전문 분야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는 변호사가 개인적으로 등록료를 지불하고 취득하는 문구에 불과하다. 저자 역시 전문 분야 등록이 되어 있지만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높다고 자부하지는 못한다. 다만 '00 전문'이라는 문구를 어필해 해당 분야의 사건 수임 기회를 더 많이 가지고 싶을 뿐이다. 


책에는 이 밖에도 저자가 변호사로 일하면서 겪는 고충에 관한 이야기가 상세하게 실려 있다. 변호사 되기가 힘든 만큼 변호사로서 일하는 것도 힘들다는 건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재판이 있을 때마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녀야 하는 건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 될 것 같고, 사연만큼이나 성격도 다양한 의뢰인들의 갑질을 견뎌야 하는 건 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가 될 것 같다. 먹고사는 건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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