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과 시작은 아르테 미스터리 9
오리가미 교야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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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소설 <기억술사>의 작가 오리가미 교야의 신작 <세계의 끝과 시작은>이 출간되었다. <기억술사>가 잊고 싶은 기억을 지워주는 '기억술사'를 소재로 호러와 미스터리가 가미된 독특한 분위기의 감성 로맨스 소설이었다면, <세계의 끝과 시작은>은 '흡혈귀'를 소재로 기묘하면서도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선사한다.


9년 전, 단 한 번 스치듯 마주쳤을 뿐인 여자를 한결같이 그리워하고 있는 남자가 있다. 남자의 이름은 하나무라 도노. 보름달이 뜬 어느 날 밤, 신비롭게 반짝이는 머리칼과 사람을 홀리게 하는 눈동자, 달빛을 닮은 목소리를 지닌 그 여자와 만났다. 그 후로 하나무라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매일같이 그 여자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런 그를 이해해 주는 건 하나무라와 같은 대학에 다니는 오컬트 동아리 부원들 정도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 주변에서 시체 한 구가 발견된다. 검시 결과 시체의 목 주변이 처참하게 뜯겨 있고, 체내에서 대량의 혈액이 사라졌음이 밝혀진다. 경찰은 흡혈종의 소행이라고 판단해 미국에 있는 흡혈종 관련 문제 대책 본부에 연락을 취한다. 오컬트 동아리 부원들도 사건에 흥미를 느끼고 조사에 나선다. 그런데 사건 현장에서 하나무라는 뜻밖에도 9년 전 첫사랑을 다시 만난다. 9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이를 한 살도 먹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여자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하나무라가 일방적으로 여자의 정체를 의심하는 전개였다면 식상했을 텐데, 현명하게도 작가는 하나무라 또한 정체를 의심받는 상황을 만들어서 진부한 전개를 피한다. 의심과 의심, 추궁과 회피가 교차하는 가운데 살인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고 범인의 정체가 밝혀진다. 분명한 결말이 있지만,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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