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언제나 내 곁에 있었다
한수정 지음 / 미래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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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나 사고, 가까운 사람의 죽음 같은 큰일을 겪고 나면 평범한 일상을 무탈하게 지내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행복은 언제나 내 곁에 있었다>를 쓴 한수정 작가의 경우도 그렇다. 저자는 몇 달 전 갑작스럽게 남편과 사별했다.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일 새도 없이 장례를 치르고 화장을 마쳤다. 아직 마흔도 안 되었는데 남편은 죽고, 초등학생밖에 안 된 어린 두 아들을 혼자서 키울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갑자기 아빠를 잃은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졌다.


다시는 웃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저자를 다시 웃게 해준 건, 더없이 소중한 아이들과 매일 꾸준히 읽은 몇 편의 시와 글이다. 한때 저자는 시도 글도 전혀 읽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매일 시 쓰는 아이로 유명해져서 SBS <영재발굴단>에 '꼬마 랭보'로 출연한 작은아들 덕분에 저자도 시를 읽게 되었고, 다양한 시를 읽다 보니 나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직접 쓰기 시작했다. 시를 쓰다 보면 부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나 하나 기쁘고 즐거운 걸 넘어서 남들도 기쁘고 즐겁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황망한 와중에도 글을 썼다. 글을 쓰다 보면 우울한 감정이 걷히고 지금 손에 쥐고 있는 행복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어서 빨리 남편을 잊으라고 말하지만, 저자로서는 잊을 수도 없고 잊히지도 않는다. 화장실을 청소하는 사소한 순간에도 남편이 생전에 바쁜 와중에도 가족들을 위해 화장실 청소를 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남편 생각에 눈물이 차오르면 어떻게 알았는지 아이들이 쪼르르 다가와 엄마를 위로해 준다. 아이들이 없었다면 지금을 어떻게 견뎠을까. 아이들이야말로 남편이 남기고 간 최고의 선물이다.


책을 읽으면서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여읜 친구 생각이 났다. 당시 그 친구 어머니 나이가 지금 내 나이보다 겨우 몇 살 더 많았을 것이다. 황망하게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 힘으로 자식들을 키우면서 얼마나 불안하고 힘들었을까. 나로서는 감히 상상도 안 되고 짐작도 못하겠다.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저자가 멋지다. 부디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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