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스럽게 밥 1
오카자키 마리 지음, 김진수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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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 졸업 후 원하는 회사에 취직했지만 마음에 상처를 입고 퇴사한 치하루는 대학 때 사귀었던 남자 동기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장례식장에 간다. 그곳에서 졸업 후 연락이 끊겼던 미대 동기 나카무라와 에이지를 다시 만나고, 세 사람은 치하루의 집을 아지트 삼아 매일 밤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고 마시는 사이가 된다.


이 만화의 가장 큰 매력은 현실감 넘치는 인물 묘사다. 첫 직장을 그만둔 후 치하루는 한동안 사람들도 만나지 않고 다른 일에 도전하기도 겁냈다. 그러다 우연히 장례식장에서 나카무라와 에이지를 만난 것을 계기로 치하루의 일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혼자서 먹을 때는 편의점 음식을 주로 먹지만 친구들을 위해서라면 일부러 장을 보고 손이 많이 가는 음식도 직접 만든다.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인 나카무라는 직장 동료와 사귀다 파혼당하고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까지 겪는다. 게이인 에이지는 연인과의 사이가 원만하게 풀리지 않아서 고민한다. 사이를 좋게 하려고 노력할수록 늪에 빠지는 기분이다. 


아무리 힘든 하루를 보냈어도 세 사람이 한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아 방금 요리한 맛있는 음식을 먹다 보면 저절로 잊힌다. 물론 음식을 먹는다고 골치 아픈 문제가 해결되거나 인간관계가 회복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배가 부르고, 배가 부르면 잠이 잘 오고, 잠을 잘 자면 새로운 아침을 열심히 살아갈 힘이 생긴다. 그 힘으로 내 속을 썩이는 사람(들)과 맞서 싸우고, 풀리지 않는 문제를 풀어볼 엄두도 내보는 것이다.


1권의 마지막 부분에서 세 사람은 동거를 결심한다. 자매처럼 다정하고 온화한 세 사람이 한 지붕 아래 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벌써부터 2권의 내용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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