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의 주문 - 일터의 여성들에게 필요한 말, 글, 네트워킹
이다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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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부터 최근까지 소위 '여성을 위한 자기계발서'로 분류되는 책들을 제법 많이 읽었다. 그중에는 도움이 되는 조언도 없지 않았지만, 페미니즘을 만난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성차별적 또는 여성혐오적이라고 느껴지는 조언도 제법 많았다. 이를테면 '여자답게' 옷을 입고 화장을 하라거나, '여자답게' 상대를 배려해 말하라거나, '여자답게' 나대지 말고 조신하게 행동하라거나... 그랬던 여자들, 지금 다 어디 있나요? (설마 '여자답게' 집에??)


씨네21 이다혜 기자의 책 <출근길의 주문>은 '여성을 위한 자기계발서'로 분류되는 책이 맞지만, 기존의 '여성을 위한 자기계발서'들과는 결도 다르고 내용도 다르다. 직장에서 누가 '여자답게' 옷을 입고 화장을 하라고 눈치를 주면, 남자 직원들은 잘 씻지도 않아서 냄새가 날 지경인데 여자 직원들한테는 옷차림 가지고 시비냐고 말한다. '여자답게' 쿠션어, 여자어를 쓰라고 말하면, 남자들은 무례한 말과 행동을 해도 아무런 지적을 안 받는데 여자들한테만 예의를 갖추라고 말하는 건 엄연한 차별이라고 말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인 것 맞고 '유리천장', '유리절벽'이 존재하는 것도 맞지만, 너무 지레 겁먹고 도망가지는 말라고 조언한다. 지금은 씨네21 편집팀장이자 잘나가는 작가이자 인기 오디오클립의 진행자인 저자도 한때는 일 못해서 욕먹고, 퇴사와 입사를 반복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를 버틸 수 있었던 힘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고, 자신을 끌어주고 밀어주는 '여성' 선배, 동료, 후배들의 격려와 응원이었다.


특히 좋았던 부분은 일이 뜻대로 안 풀리거나 능력의 한계를 깨닫고 괴로워지면 "여자가 큰일을 하려면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법"이라고 되뇌어본다는 대목이다(58쪽). 여자가 큰일을 하다 보면 실수도 하고 사고도 칠 수 있는 거지, 소심하게 굴기는 ㅋㅋㅋ 정말 이 책은 '굳이 리뷰를 써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훌륭하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그냥 외우라'고 말하고 싶다. 멋져요, 이다혜 기자님. 사랑해요, 이다혜 기자님.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꽃길, 돈길만 걸으시길!!



◈ 우리 땐 이러저러하지 않았다는 말은 또래 친구들끼리 추억을 팔며 시간을 보낼 때는 할 수 있지만, 세상을 향해 말할 때는 내가 변하지 않는 데 대한 비겁한 변명이 될 뿐이다. (11쪽) ​ 


◈ 남자가 말했다면 '당차다'고 박수쳤을 말을 여자가 했다고 "당돌하다"며 고개 도리도리 하기를 그만두자. 분위기를 읽고 여자 욕을 (남자 대신) 여자가 해버리는 일. 내가 아는 최악의 여성어. (25쪽) ​


◈ 남성 직원들이 담배냄새, 입냄새, 여름철이면 쉰 냄새 등을 풀기는 위생과 청결 문제를 달고 다닐 때도 참던 사람들이 (여성이) '옷을 특이하게 입는다'고 뒤에서 수군거린다. (32쪽) ​ 


◈ 나는 여성을 부를 때 가능하면 '씨', '님', '선생님'으로 부른다. (중략)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에게도 '선생님'이라고 부르려고 노력한다. 어머님, 할머니, 사모님, 여사님 같은 말은 잘 쓰지 않는다. (40쪽)


◈ '여성적'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생각해보자. '남성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여본 적 없는 것처럼. (103쪽) ​


◈ '남자다운 사근사근함'도 분명 존재한다. 그들은 여자 상사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지만 남자 상사에게는 그렇게 한다. 집에서는 "지금 바로 부엌에 가서 컵에 물을 따라 가져오시오"라고 말하지 않으면 알아서 물을 떠다 마시지도 않는다는 남자들이 사회생활하면서는 상사 이마에 땀 한 방울이 흐르면 피를 쏟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냉방 온도를 맞추고, 사돈의 팔촌이 대학 입시를 보는 문제까지 다 기억하고 있다가 말을 건넨다. (111쪽) ​


◈ '비밀의 조력자'로 살기를 선택하지 않았으면 한다. 심지어는 당신의 커리어를 걸고 남자를 육성하지 않았으면 한다. (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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