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모리 가즈오 - 위기를 기적으로 만든 혼의 경영
송희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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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세라, KDDI의 창업주이자 한때 도산 위기에 몰렸던 일본항공(JAL)을 흑자로 전환한 입지전적인 인물이 바로 이나모리 가즈오다. 조선일보에서 38년간 경제 전문 기자로 근무했고 도쿄 특파원으로 주재한 경력도 있는 송희영의 <이나모리 가즈오 : 위기를 기적으로 만든 혼의 경영>은 제목 그대로 '위기를 기적으로 만든' 경영인 이나모리 가즈오의 생애와 경영 철학을 소개하는 책이다. 그동안 국내에 출간된 이나모리 가즈오 관련 책을 여러 권 읽어보았는데, 이 책만큼 이나모리 가즈오의 전 생애를 자세히 정리한 책은 읽어보지 못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1932년 일본 규슈의 가고시마에서 4남 3녀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집안이 어려워서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아버지의 반대가 극심했다. 취업을 하라는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진학했지만 졸업 후 취업이 잘되지 않았다. 어쩌다 면접시험까지 보게 되어 다른 지원자들에게 물어보면 죄다 그 회사에 연줄이 있었다. 결국 힘들게 취업에 성공했지만 회사 사정이 어려워서 월급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어렵게 취업한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어서 갈등할 무렵, 열심히 노력해 신기술을 개발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교세라를 창업했다.


말단 사원으로 시작해 대기업 총수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라서 그런지 이나모리의 경영 철학의 중심에는 늘 사원들이 있다. 경영학자들이 이나모리의 경영을 '인본주의 경영' 또는 '인간 존중의 경영'이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실제로 이나모리는 사원들의 만족과 행복을 최우선 순위에 둔다. 사원을 위해 경영하면 기업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은 바로 따라온다는 말까지 남겼다. 이는 '일단 회사가 잘 되어야 사원이 잘 된다'라고 강조하는 일부 기업가들의 말과는 정반대다. 심지어 이나모리는 사장이 사원들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원들이 행복해지도록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 또한 사람이 사람을 위해 하는 일이므로, 기업의 성장이나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사원의 행복과 인간의 성장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책의 장점은 단순히 이나모리 가즈오의 생애와 경영 철학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나모리의 경영 이념이 형성된 역사적 맥락과 지역적 배경까지 유추해서 설명한다는 것이다. 이나모리가 임진왜란 당시 조선인 도공의 다수가 끌려간 가고시마 출신인 것과 세라믹 사업을 택한 것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씨 없는 수박'을 개발한 우장춘 박사와는 어떤 관계인지, 해마다 이나모리경영스쿨의 세계대회를 요코하마에서 개최한 까닭은 무엇인지 등등 '사업가' 이나모리만 알고 '인간' 이나모리를 모르면 알 수 없는 정보들이 많이 담겨 있다.


이나모리 가즈오를 비롯한 경영 대가들의 책을 꾸준히 읽고 그들의 경영 철학을 학습해야 하는 까닭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한다. 이나모리는 후대 경영인들을 위해 '세이와주쿠' 또는 '이나모리경영스쿨'로 알려진 경영 강의를 무료로 해왔다. 이는 이나모리 자신이 중소기업 사장으로 일하면서 도움을 받거나 고충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서 힘들었던 경험에서 비롯된 일종의 봉사 활동이다. 이나모리는 어떻게 하면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라고 조언한다. 이는 비단 사업가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꼭 필요한 조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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