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 특별 합본판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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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신화를 주제로 한 교양 수업을 들으며 아주 힘들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한국인인 내가 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야 하는지, 왜 어려운 지명이나 인물명을 외워야 하는지, 왜 어느 신과 어느 신이 사랑에 빠져서 벌어진 일을 알아야 하는지 납득이 안 되어 애를 먹었는데, 막상 그렇게 힘들게 공부를 하고 나니 철학이나 정치학, 문학, 예술사 등 다른 학문을 공부하기가 한결 수월했다. 이래서 다들 그리스 로마 신화를 공부하는구나 싶었다.


오랜만에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시 읽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그리스 로마 신화 관련 서적으로 손꼽히는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인데, 오래전에 읽은 구판과는 다른 특별 합본판을 읽었다. 총 5권으로 출간된 구판을 한 권으로 엮은 특별합본판은 쪽수가 무려 1200에 달한다. 여기에 기존 책에서 선별하고 새롭게 추가한 도판 자료 220여 점을 수록했고, 오랫동안 소장할 수 있도록 양장본으로 만들어졌다. 누구나 집에 한 권씩 두고 궁금할 때마다 찾아보면 좋을 듯하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신화를 잘 모르는 사람도 이름은 익히 들어보았을 제우스, 헤라, 아프로디테, 에로스 같은 유명한 신들의 이야기를 비롯해 테세우스, 하데스, 오르페우스, 디오뉘소스, 헤르메스, 나르키쏘스 등의 이야기를 자세히 소개한다. 각각의 신들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할 뿐 아니라 해당 신을 주제로 한 명화도 소개해 다양한 분야의 교양 지식을 이 책 한 권으로 한 번에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저자인 이윤기 선생의 수려한 번역과 다채로운 해설이 최고의 강점이 아닌가 싶다. 제1권 1장의 제목은 '잃어버린 신발을 찾아서'이다. '신화 책인데 웬 신발?'이라는 의문을 가지기가 무섭게, 저자는 왕위와는 거리가 먼 평범한 청년이었던 이아손이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할머니(나중에 헤라로 밝혀진다)를 도와주다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리는데, 얼마 후 '외짝 신발을 신은 사나이'가 이올코스의 왕이 된다는 전설의 주인공으로 지목되어 왕위에 오르는 신비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왜 하필이면 신발인가? 신발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이어지는 테세우스, 달마, 콩쥐의 이야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 이야기로 시작해 불교와 한국의 전래동화 속 인물 이야기까지 엮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제4권과 제5권에는 각각 헤라클레스 신화와 아르고 원정대의 모험에 관해 소개하면서 저자가 직접 그리스 로마 신화의 배경이 된 장소들을 여행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행해본 적 없는 나라와 장소들이라서 여행기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웠고, 유적지 한곳에 가더라도 단순히 둘러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저자의 지식과 식견을 담아 풍부하게 해설을 들려줘서 유익했다. 언젠가 직접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장소들을 여행할 그날을 꿈꾸며, 그때까지 이 책을 여러 번 더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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