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 사고의 첨단을 찾아 떠나는 여행
짐 홀트 지음, 노태복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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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무식자'인 내가 웬일로 호기심이 동해서 읽은 과학 책이다.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어서, 앞으로 비슷한 책들을 더 찾아서 읽어볼 생각이다. 저자인 짐 홀트는 미국의 철학자이자 과학 작가다. 수학, 과학, 철학 등이 어우러진 글을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는데, 그중 일부가 이 책에 실려 있다. 미국의 유명한 에세이 작가인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글에 관한 글도 실려 있는데, 마침 얼마 전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책을 읽어서 그의 이름을 이 책에서 발견한 것이 반가웠다.


이 책에서 첫 번째로 눈길을 사로잡은 글은 '프랜시스 골턴 경, 통계학... 그리고 우생학의 아버지'라는 제목의 글이다. 우생학으로 유명한 골턴의 외사촌은 그 유명한 찰스 다윈이다. 골턴은 오랫동안 자신과 다윈을 비교하며 경쟁심을 느꼈는데, 똑똑하고 잘생긴 (것으로 알려진) 골턴이 뜬금없이 우생학에 빠진 계기 또한 다윈이었다. 1859년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된 것을 보고 자극을 받은 골턴은 자신도 다윈처럼 수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한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러다가 인간 진화를 의도적으로 이뤄낼 수 있는 우생학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두 번째로 눈길을 사로잡은 글은 '브누아 망델브로와 프랙털의 발견'이다. 학창 시절 프랙털 이론을 배우고 흥미를 느꼈던 것을 기억하지만, 정작 프랙털 이론을 누가 처음 생각해낸 것인지는 몰랐다. 프랙털 이론을 처음으로 주창한 망델브로는 어린 시절 그림을 갖고 놀기를 좋아했다. 이미지와 수를 연결하는 데 능했던 망델브로는 조지 킹슬리 지프라는 언어학자가 만든 '지프의 법칙'을 알고 이 법칙이 수학에도 통할 거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지프의 법칙은 파레토의 법칙과도 관련이 있는데, 이 모든 법칙이 연결되어 있다니 놀라웠다.


세 번째로 눈길을 사로잡은 글은 '무한 숭배'라는 글이다. 예부터 프랑스인들은 합리주의를 숭배하고 러시아인들은 신비주의를 숭배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저자는 이러한 민족적 특성이 수에 대한 태도 차이에도 반영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단적인 예로 무한이라는 개념은 신비주의를 숭배하는 러시아 인들이 훨씬 더 좋아하는 식이다. 반대로 앙리 푸앙카레를 비롯한 프랑스의 수학자들은 무한이라는 개념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프랑스보다도 경험주의적인 특성이 강한 영국의 수학자들은 어땠을까?)


조지 고든 바이런 경의 딸 에이다 바이런이 최초의 프로그래머가 맞는지에 관한 글도 흥미로웠다. 에이다의 '신화'에서 영감을 받은 소설을 오래전에 읽었는데 정확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는다. 가장 흥미로웠던 글은 역시 앨런 튜링에 관한 글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수학자이자 암호 해독가로, 2차 세계대전을 끝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지만 성 정체성 때문에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앨런 튜링.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흥미롭다.


얼마 전 김원영 변호사의 책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읽고 알게 된 '존재하지 않을 권리' 판결에 관한 글도 인상적이었다. 저자가 서문에 쓴 대로, 이 책은 과학과 수학뿐 아니라 철학과 윤리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이슈를 총망라하여 이과 출신은 물론이고 (나 같은) 문과 출신도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다.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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