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친일파 - 반일 종족주의 거짓을 파헤친다
호사카 유지 지음 / 봄이아트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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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보다 한국을 사랑하는 친한파로 유명한 호사카 유지 교수의 책이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호사카 유지 교수의 말이나 글은 자주 접했는데, 정작 호사카 유지 교수가 어떤 인물인지는 잘 몰랐다. 이 책의 책날개에 실린 저자 소개에 따르면 1956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대학교 공학부 졸업 후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1988년부터 서울에 거주하기 시작해 2003년에 한국인으로 귀화했고 현재까지 한일 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친한파로만 알았지, 서울에서 32년을 살았고 귀화까지 한 사실은 몰랐기에 놀라웠다.


이 책은 2019년에 출간된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의 내용에 조목조목 반박하는 형식으로 쓰였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반일 종족주의>는 현재 한일 양국이 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한국 정부의 입장이 아니라 일본 우파의 논리에 근거해 쓴 책이다. "사실상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의 핵심 부분은 일본 우파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쪽) 저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일본 우파가 어떤 주장을 해왔고, 이것이 <반일 종족주의>를 쓴 저자의 논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자세히 소개한다.


일본 우파의 최종적인 목표는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하는 데에 있다. '고노 담화'란 1993년 8월 자민당의 미야자와 정권의 관방장관 고노 요헤이가 발표한 것으로, 위안부가 일본군에 의해 강제적으로 동원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반성하는 것이 골자다. '무라야마 담화'란 1995년 8월 15일 당시 일본 총리였던 무라야마 도미이치가 발표한 것으로, 일본의 침략 전쟁과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일본 우파가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하기 위해 도입한 논리가 '자유주의 사관'이다. '자유주의 사관'이란 일본이 침략 전쟁을 일으킨 게 아니라, 아시아를 백인의 지배에서 해방시키기 위한 '해방 전쟁'을 수행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자유주의 사관에 근거해 일본이 한반도를 비롯해 아시아 전역에서 일으킨 대학살이나 위안부 강제연행 같은 일을 전적으로 부정하며, 일본이 아시아를 근대화하는 데 일조했고, 일본 스스로 과거를 사죄하는 태도에 대해 '자학 사관'이라고 매도한다. 이들은 일본의 과거를 사죄하는 '참된' 지식인들을 '좌경화'되었다고 비난하며 공격한다.


이 책의 목적은 일본 우파만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우파들의 논리와 맞닿은 주장을 하는 한국 내 보수 우익들의 주장을 보여주는 데 있다. 흔히 '뉴라이트'라고 불리는 한국 내 보수 우익들은 한국인들의 집단적 기억을 '반일적인', '만들어진', '교육된' 것으로 매도하며,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고 수탈한 게 아니라 한국의 근대화를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식으로 주장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인 이영훈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사장 등이다.


본문에서 저자는 강제징용 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 등에 관해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들의 논리가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 조목조목 보여준다. 요즘 문제가 된 정대협(현 정의기억연대) 문제도 나온다.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들은 정대협을 공격하면서, 일본군 위안부는 존재할 수 없었고, 존재했어도 성노예와 같은 죄악은 아니라는 식의 이상한 논리를 펼친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계속해서 위안부 문제를 언급한다면 한미일 안보 체제가 위험해질 거라며- 인권 문제와 안보 문제를 일부러 혼동하는 척 하며 일본 정부와 다르지 않은 주장을 한다.


나름 역사 공부를 많이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막연하게 한국 우파와 일본 우파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해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주장이 어떻게 연결되고 그 배후에 무엇이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음을 깊이 반성했다. <반일 종족주의>를 쓴 저자들의 면면을 보니 다들 한국의 최고 학부를 졸업하고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인데 어쩌면 이렇게 한국인 대다수의 상식이나 감정과는 다른 주장을 하는 걸까. 이 책을 반복해 읽으면서 그 이유를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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