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지음 / 사계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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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영은 1급 지체장애인이자 변호사다. 이런 이력을 가진 저자라면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였던 오토다케 히로타다의 <오체불만족>처럼 장애를 극복하고 성공하는 이야기를 쓸 법도 한데, 저자는 그런 식으로 장애를 극복의 대상 또는 서사의 도구로서 활용하기를 거부한다. 그보다는 한 사람의 존재 자체를 보지 않고 극히 일부에 불과한 장애만을 확대해서 보는 사회, 조금이라도 '정상성'에서 벗어나면 곧바로 '실격당한 자'라는 낙인을 찍고 배제와 차별의 근거로 삼는 사회를 고발한다.


이 책을 읽으니 얼마 전에 본 영국 드라마 <이어즈 앤 이어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드라마의 주축이 되는 사 남매의 막내 로지는 선천적으로 장애가 있는 미혼모다. 로지는 임신한 친구로부터 태아에게 장애 유전자가 있어서 수술로 치료했다는 말을 듣고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친구가 장애인인 건 괜찮지만 자식이 장애인이기를 바라지 않는 마음은 장애(혹은 장애인)를 혐오하는 마음과 얼마나 다를까. 그렇다고 장애 유전자가 있다는 걸 태아 단계에서 알았고 치료할 수도 있는데 치료를 거부하고 그대로 출산하는 게 맞는 걸까. 이 밖에도 생각해볼 거리가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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