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크아웃 11
최은영 지음, 손은경 그림 / 미메시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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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을 쓴 최은영 작가의 짧은 소설이다. 소설 전체 길이는 60여 쪽 정도로 짧지만, 소설의 완성도와 문제의식은 여느 장편 소설 못지않다. 이대로라면 최은영 작가가 '한국의 앨리스 먼로'가 되는 건 시간문제일 듯(앨리스 먼로처럼 노벨문학상도 받으시길!).


<몫>은 서울 소재의 한 대학교 학보사에서 만난 세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신입 기자인 해진은 글 쓰는 일을 좋아하지만 스스로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자신보다는 학보사 선배인 희영과 동기인 정윤이 글을 훨씬 더 잘 쓴다고 생각해서 그들처럼 쓰려고 노력하지만 좀처럼 잘되지 않는다.


그렇게 대학 시절 내내 글 쓰는 일을 두고 고민한 해진은 졸업 후 기자가 된다. 반면 해진이 자신보다 글을 훨씬 더 잘 쓴다고 생각했던 희영과 정윤은 글쓰기를 업으로 삼지 않게 된다. 그들을 보면서 해진은 마땅히 글을 써야 할 사람들이 글을 쓰지 않고 자신이 쓰게 된 현실에 대해, 그리고 그들을 대신해 자신이 책임져야 할 '몫'에 대해 대해 생각한다.


이 작품은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거나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만한 문제를 지적한다. 세상에는 나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글쓰기 말고 해야 할 일도 많고 할 수 있는 일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이유는 뭘까. 왜 하필 글일까. 여러 가지 답이 있겠지만, 그중에는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남이 쓴 좋은 글을 읽은 책임. 기꺼이 읽어주는 사람들을 위한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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