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책 쏜살 문고
토베 얀손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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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 캐릭터의 창조자로 잘 알려진, 핀란드를 대표하는 화가 토베 얀손의 책이다. 산문집인 줄 알고 읽다가 나중에야 소설인 걸 알았다. 그만큼 등장인물들이 사실적이고 내용 또한 현실적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할머니와 손녀 소피아다. 이들은 매년 여름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섬으로 와서 지낸다. 가족은 모두 셋. 할머니와 소피아, 그리고 소피아의 아버지다. 아버지는 이따금 집에 얼굴을 보일 뿐이라서 하루 종일 할머니와 소피아 단둘이 지낼 때가 많다.


소설의 내용은 할머니와 소피아가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두 사람은 해변에서 고기를 잡기도 하고, 헤엄을 치기도 하고, 새로 이사 온 사람의 집을 방문하기도 하면서 여름날을 보낸다. 때로는 싸우기도 하지만, 어른인 할머니가 아이인 소피아를 일방적으로 야단치거나 윽박지르는 일은 없다. 아이답게 굴라고 다그치거나 어서 어른이 되라고 채근하는 일도 없다. 소피아는 할머니의 손녀이기 전에 소피아라는 사람이고, 할머니 또한 소피아의 할머니이기 전에 한 명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누구의 손녀, 누구의 딸이라는 식으로 나를 대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나'로 보아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런 경험을 가정에서부터 해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타인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 얼마나 다르고 어떻게 다를까. 소설의 내용도 놀랍지만, 이런 소설을 1972년에 발표했다는 게 훨씬 더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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