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오치 도시유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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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서양 음식 하면 고기나 빵을 떠올리지만, 현대의 육류 가공 및 유통 시스템이 정착되기 전까지 서양 음식의 주류는 생선이었다. 중세 유럽 기독교 사회만 보더라도 일 년의 절반 정도 기간에 생선을 먹고 살았고, 단식일에도 생선만큼은 먹어도 괜찮아서 단식일의 또 다른 명칭이 '피시 데이(fish day)'이었을 정도다. 일본의 영문학자 오치 도시유키의 책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에 따르면 그렇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를 소개한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물고기는 청어와 대구다. 청어와 대구는 13~17세기에 유럽 국가들의 부의 원천이자 중요한 전략 자원으로 활용되었다. 회유어인 청어가 이동 경로를 바꿀 때마다 국가들의 흥망성쇠가 바뀌었고, 대구의 수요가 늘면서 신항로를 개척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고 그 과정에서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가게 되었다.


청어는 바이킹의 출현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바이킹은 주로 농작물이나 육류가 아닌 어류와 해산물을 먹고 살았다. 그중에서도 청어와 대구를 많이 먹었는데, 10세기 말 청어의 회유 경로가 서쪽으로 이동하자 바이킹도 서쪽으로 이동했고, 이 과정에서 현재의 노르웨이 지역에 살았던 바이킹이 서쪽에 위치한 덴마크, 영국 등지를 침략했다는 것이다.


당시 기독교에서 생선 섭취를 장려한 데에는 종교적인 의도가 있었다. 당시 사람들은 고기가 '뜨거운' 성질을 지녔고, 생선이 '차가운' 성질을 지녔다고 여겼다. '뜨거운' 성질을 지닌 고기를 먹으면 성욕이 증가하고, '차가운' 성질을 지닌 생선을 먹으면 성욕이 감소한다고 보았다. 금욕을 장려했던 중세 기독교가 고기와 생선 중 어느 것을 더 선호했을지는 명백하다.


책에는 이 밖에도 물고기가 세계사를 바꾼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일본에서도 메이지 유신으로 육식을 허용하기 이전까지는 천 년 가까이 육식이 금지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서양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니 흥미롭다. 성욕을 억제하기 위한 '피시 데이'가 경제적 욕망을 자극했다는 견해도 흥미롭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으며 서양의 역사와 문화, 정치와 경제까지 배울 수 있어서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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