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괜찮아 - 엄마를 잃고서야 진짜 엄마가 보였다
김도윤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2년 전 여름, 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처음 부고를 들었을 때는 잘 지내는 줄 알았던 친구가 어쩌다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불면증과 거식증이 있었고 우울증으로 심리 상담을 받고 있었다는 말을 듣고서야, 그것들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절실하게 깨달았다.


유튜브 채널 '김작가tv'를 운영하는 작가 김도윤의 에세이집 <엄마는 괜찮아>를 읽으니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저자의 어머니는 4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소식을 들었을 때 저자의 머릿속엔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나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엄마가 그럴 리 없다고 부인하는 마음, 살아계실 때 좀 더 잘해드릴 걸 하고 후회하는 마음, 왜 아무런 기별도 없이 세상을 떠났는지 원망하는 마음, 이제 더는 엄마가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안도하는 마음 등등 다양한 감정이 속에서 뒤엉켰다.


저자는 어머니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저자의 어머니는 우울증을 앓았다. 의사는 어머니가 자살을 할지도 모르니 곁에서 잘 지켜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저자는 어머니를 외면했다. 어머니가 죽고 싶다고 말할 때마다 못 들은 척했다. 어머니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자신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고통스러울 것 같아서 그랬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게 최선이었다.


상상조차 하기 싫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나니 원망과 비난의 화살이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 물론 그 누구도 직접적으로 저자를 탓한 적은 없다. 굳이 책임을 따진다면 어머니보다 먼저 우울증을 앓았던 저자의 형이나 저자의 아버지에게 더 큰 책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형을 탓하고 아버지를 탓해봐도 후회와 죄책감이 덜해지진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 저자가 어머니에게 한 잘못들과 하지 못한 일들만 떠올랐다. 그로 인해 저자 역시 우울증을 얻었고 결국 상담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저자는 상담 치료를 받기 전 주변 사람들에게 매달렸다. 하루에 한 명씩 지인들을 만나서 같이 식사도 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상처가 치유되고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해보니 지인들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걸 부담스러워했고 그로 인해 저자는 더 큰 상처를 받았다. 오히려 저자와 아무런 친분이 없는 상담 선생님이 이야기를 더 잘 들어주고 상처를 깊이 들여다봐줬다.


혹시 주변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설프게 자신의 고통을 꺼내지는 말자. 굳이 위로하려 애쓸 필요 없이 그 사람의 상처를 바라봐주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마음에 풀잎이 다시 자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186쪽)


힘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다. 주변 사람들은 섣불리 위로하려고 하지 말고 그저 묵묵히 지켜보면서 응원해 주는 것이 좋다. 머리로는 알지만 몸으로 실천하기는 어렵다고 밀어내지 말고, 하루 세 끼 밥 먹듯이 꼭꼭 실천했으면 좋겠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후에는 모든 것이 늦고 쓸모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