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의 윤무곡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4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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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지은 사람을 향해서 손가락질하기는 쉽다. 하지만 그 손가락이 자신을 향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잘 모른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는 소년범 출신의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를 통해 죄의 무거움과 벌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미코시바 레이지는 열네 살 때 같은 동네에 살던 한 여자아이를 토막 살인하는 죄를 지었다. 그 후 소년범으로 징역형을 받았고, 이나미라는 간수와의 만남을 통해 진심으로 죄를 뉘우치고 공부에 매진해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미코시바가 살인자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를 향해 손가락질하지만, 미코시바는 그런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에만 전념한다. 변호사로서 맡은 일을 잘 해내는 것이 살인이라는 무거운 죄를 저지른 그에게 남겨진 유일한 속죄의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 제4권 <악덕의 윤무곡>에서는 미코시바의 어머니와 여동생이 등장한다. 미코시바가 소년원에 들어간 후 아버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어머니와 여동생은 행방을 감췄다. 살인자인 미코시바에게 쏟아져야 할 비난이 미코시바의 가족에게까지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30년 넘게 가족의 존재를 잊고 살았던 미코시바는 사전 연락도 없이 여동생이 사무실로 찾아와 적잖이 놀란다. 오랜만에 만난 여동생이 전해준 소식에는 미코시바 답지 않게 크게 동요한다. 미코시바의 어머니가 재혼한 남편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수감된 상태라는 것이다.


미코시바는 어머니가 피고인인 사건의 변호를 맡을지 말지 고민하다 결국 맡는다. 처음에는 미코시바가 망설인 까닭이 혈육에 대한 정이나 연민이 남아 있어서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중에 미코시바는 말한다. 열네 살 어린 나이에 살인을 저지른 것은 후천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선천적인 기질 때문이라고 밝혀지면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말이다. 이런 고민을 하면서, 미코시바는 어머니의 참모습을 알기 위해 그동안 어머니가 살았던 장소들을 찾아간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저지른 죄로 인해 가족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 알게 된다.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미코시바는 열네 살에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다. 현실에서라면 이런 범죄자를 용서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를 읽다 보면 과연 나에게 범죄자를 용서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내가 만약 미코시바 레이지와 같은 범죄자라면, 미코시바 레이지만큼 고통스럽게 속죄하며 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절대 성인(聖人)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악인도 아닌, 미코시바 레이지의 이야기를 계속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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