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몇 해 전 서울대 김영민 교수의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추석에 "취업은 했니?", "대학 어디 갈 거니?" 같은 질문을 하는 친척 어른에게 "추석이란 무엇인가?"라고 되물으라는, 다소 엉뚱한 내용의 칼럼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은 것은, 사람들이 으레 잊어버리는 명절의 참된 의미와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기 때문이다. 명절은 오랜만에 가족이나 친지들을 만나 회포를 풀고 우애를 다지기 위한 날이지, 누가 더 잘 살고 못 사는지 비교하며 상처 입히고 상처 입는 날이 아니다. 그렇다면 상대방이 기분 나빠할 만한 질문은 삼가고 웃어른답게 용돈이나 쥐여주라는 저자의 조언에 나 또한 흐뭇하게 웃었던 기억이 있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는 김영민 교수가 2018년에 낸 에세이집이다. 이 책에도 사람들이 쉽게 간과하는 것들의 의미와 본질을 환기하는 내용의 글이 여러 편 담겨 있다.


행복이란 오래 지속되기 힘든 속성을 지닌다. 그러니 큰 행복 한 개를 바라기보다는 작은 행복 여러 개를 바라는 편이 낫다(<새해에 행복해지겠다는 계획은 없다>). 사람들은 흔히 잘난 사람들끼리 만나서 더 잘 살려고 하는 것이 결혼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 결혼은 한때 그렇게 잘났던 사람들이 점점 늙어가고 약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서로 불쌍히 여기고 위로하는 것이다(<결혼을 하고야 말겠다는 이들을 위한 주례사>). 돈을 많이 벌거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막상 죽음을 앞두면 돈이나 지위보다도 좋은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2월의 졸업생들에게>).


삶이 힘겹게 느껴질 때마다 저자는 어느 한적한 곳으로 가서 문을 걸어 잠그고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죽음을 생각하면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드는 생각들이 전부 하찮고 부질없게 느껴진다. 별것도 아닌 일로 고민할 바에는 차라리 좀 더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저자처럼 거대한 벽에 막혀서 더는 앞으로 가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에는 차라리 그 자리에서 멀찍이 떨어져 보는 것은 어떨까. 이 밖에도 관점과 시야를 바꿀 수 있는 다양한 글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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