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 북클럽 - 자기만의 방에서 그녀를 읽는 시간
이택광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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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는 알면 알수록 신비로운 작가다. 예전에는 울프 하면 우울증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남자 형제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사실과 "여자는 학교 교육이 필요 없다"라고 믿는 아버지의 반대로 케임브리지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사실(참고로 울프의 아버지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수였다), 여자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작품 활동을 하지 못하고 남자보다 덜 주목받은 사실 등이 울프를 괴롭게 만들고, 그래서 말년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요즘은 버지니아 울프 하면 좀 더 다양한 생각들이 떠오른다. 얼마 전 재일조선인 학자 서경식의 책 <나의 영국 인문 산책>을 읽다가 울프에 관한 재미난 일화를 발견했다. 젊은 시절 울프는 케임브리지 대학에 다니는 오빠 토비의 인맥을 동원해 존 케인스, 로저 프라이, 에드워드 포스터 등 지적이고 개성 강한 젊은이들을 모아 '블룸즈버리 그룹'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당시 울프는 그룹의 단둘뿐인 여성 멤버로서 대단한 활약을 했다는데, 그 활약상을 보니(멤버 중 가장 잘생긴 남자와 케임브리지 대학 안에 있는 호수에서 나체로 수영을 했다든가...) 울프의 젊은 시절이 참으로 신나고 즐거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책에는 울프의 죽음에 대한 또 다른 해석도 실려 있다. 울프가 사망한 1941년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다. 당시 영국에선 조만간 독일의 히틀러가 영국을 침공해 유대인을 전부 학살하거나 수용소로 압송할 거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울프는 유대인이 아니었지만 남편인 레너드가 유대인이었고, 자신에게 헌신적인 남편을 몹시 사랑했던 울프는 만약 독일이 영국을 침공하면 동반자살하기로 다짐했다.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전황이 나빠지니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울프의 생애를 알면 알수록 울프의 작품을 찬찬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든다. 경희대 이택광 교수의 책 <버지니아 울프 북클럽>은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을 독파하는 데 있어 든든한 가이드가 되어줄 만한 책이다. 이 책은 <자기만의 방>,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올랜도> 등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을 하나씩 읽으며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함께 들여다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잘 알려진 작품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들도 고루 다뤄서 요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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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20-03-25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최근에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만들면서,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에 대해 이제껏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부모님, 언니 바네사, 남편 레너드, 브룸즈버리 그룹의 존 메이너드 케인즈와 E.M. 포스터 등등의 실물 사진도 두루 구경할 수 있었고요.(여태까지는 존 메이너드 케이즈의 모습만 알고 있던 형편이었는데 말이지요.) 시간 나시면, 재미삼아 한 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https://youtu.be/MTUYTbjXDbA

키치 2020-03-25 15:2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