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김하나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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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는 개를 몹시 무서워하신다. 어릴 때 아버지(나의 외할아버지)가 개에 물리는 모습을 본 이후로 아무리 작은 개도 무섭게 느껴진다고 하셨다. 어머니가 그런 말씀을 하실 때마다 나와 동생은 개가 뭐가 무섭냐며 개의 편을 들었지만, 그렇다고 개가 막 좋지도 않았다. 개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마음을 다해 좋아해본 경험이 없다. 그래서일까.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 공감하는 마음보다 부러워하는 마음이 더 든다. 동물의 눈빛, 동물의 소리, 동물의 온기, 동물과 보내는 시간... . 그것들을 아는 사람의 삶과 모르는 사람의 삶은 얼마나 다르고 멀까.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는 김하나, 이슬아, 김금희, 최은영, 백수린, 백세희, 이석원, 임진아, 김동영 등 내로라하는 작가 9인이 각자의 반려동물에 관해 쓴 에세이를 엮은 책이다. 이 책에 참여한 작가들은 모두 비영리 동물보호단체 카라(KARA)와 '일대일 결연'을 맺었으며, 이 책의 판매 수익금 전액은 카라의 활동 후원금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이 책에 실린 모든 글이 좋았지만, 김금희 작가의 글을 읽을 때 유난히 눈물이 났다. 씩씩하게 잘 지내던 장군이가 언제부터인가 벽에 부딪히는 일이 늘어서 병원에 데려가 보니 실명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이 문장을 쓰는데도 눈물이 난다). 의사는 개가 시각보다 후각이나 청각 같은 다른 감각에 더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고 위로했지만, 앞이 보이는 사람의 말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장군이의 마음이 더 가깝게 느껴져서, 장군이를 볼 때마다 측은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는 저자의 글이 나의 마음에도 깊이 박혔다.


다른 작가들이 주로 동물에 관한 추억, 동물을 향한 사랑에 대해 썼다면, 이석원 작가는 동물에 대한 무지와 욕심 때문에 생긴, 일종의 '흑역사'에 대해 썼다. 고양이 털 알레르기인 걸 모르고 그저 예쁘다는 이유로 고양이를 들였다가 누나에게 보낸 일, 그 때문에 누나가 원래 기르던 고양이가 새 고양이에게 적응하지 못하고 지금까지도 불화하는 일 등등... 이석원 작가는 자기처럼 동물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욕심 때문에 동물을 들이는 사람들에게 제발 '기르지 말자'라고 충고한다. 이것도 참 일리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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