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 도대체 이야기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듀나 지음 / 우리학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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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니 윌리스의 소설 <둠즈데이 북>을 읽을 때만 해도 흑사병 같은 전염병은 SF 같은 장르 소설에나 등장하는, 현실과는 거리가 먼 소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마비시키고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상황을 맞고 보니, <둠즈데이 북> 같은 장르 소설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그동안 이른바 순문학과 달리 '불순한' 장르로 취급되거나 폄하 당해온 장르 소설의 명예를 회복할 최적기가 아닐까.


SF 작가이자 영화 평론가인 듀나의 책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는 SF, 호러, 추리, 미스터리 등의 장르물에 해박한 지식과 남다른 식견을 지닌 저자가 현재 장르물 팬들 사이에서 화두인 주제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풀어놓는 형식의 책이다. 이를테면 장르물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워즈>, <스타트렉> 등의 새 시리즈 주연을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 맡는 것에 대한 논쟁이 있다. 어떤 팬들은 새롭게 등장한 여성 중심 서사를 낯설어하고 거부하는 반면, 어떤 팬들은 다양성을 반가워하며 새로운 팬들을 끌어오기도 한다. 한동안 거부하는 목소리가 들리겠지만, 한 번 시작된 변화의 흐름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다.


문학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휴고상이 제정된 1953년부터 앤 맥카프리가 <용의 간택>으로 중편상을 받은 1967년까지, 이 상을 받은 여성 작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제는 대부분의 SF 문학상을 여성 작가가 휩쓸고 있으며, 다른 문학 분야에서도 여성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한때는 여성 작가들이 독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남자처럼 보이는 필명을 사용했지만, 오늘날에는 남성 작가들이 일부러 여자처럼 보이는 필명을 쓰는 일도 있다. 이 밖에도 장르물이라는 필터로 보는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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